건강보험저소득 의료수급자를 제외한 국민은 누구나 세대나 직장가입자 단위로 금쪽같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내가 아프고 다쳤을 때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보험료는 납부하지 않고 타인 명의로 건강보험급여를 받는데도 누가 막으려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 신청을 할 때 신분증제시 의무가 없고 병원에서는 확인 책임이 없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시행 초기에는 요양기관 즉 병원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해야하는 중대한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본인임을 확인할 책임은 없었다.
보험급여는 진료신청으로부터 시작하는데 확인할 책임은 전혀 없다. 그러면 누가 본인임을 확인해야 하는가? 아무도 확인할 필요는 없다. 환자가 신분증도 없이 주민등록번호 또는 외국인등록번호만 써서 접수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한 인터넷전산망에서 실명확인만 하면 된다.
전 국민 건강보험가입과 인터넷 확인으로 건강보험카드는 사실 필요가 없다. 이러게 좋은 제도와 진료절차 속에서 오직 신분증 확인만 하면 되는데 아무도 하지 않고 해야 할 의무도 없다 한다. 발표하기도 꺼리는 30만 이상 불법체류외국인, 재외국민,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내국인 모두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회보장이 소외계층과 저 소득자를 위해 더 필요하니까 사실상 명의도용을 묵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변칙이 때로는 해답이 되기도 하지만 변칙은 어디까지나 변칙이다.
정도는 모든 이의 길이다. 알면서도 고치지 않을 만큼 변칙이 필요한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도덕성은 법규의 뒷받침에서 나온다. 법은 정직을 지키는 울타리다. 이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는 더 이상 뒷짐을 저서는 안 된다. 문제는 원인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저 막연히 좋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일 내 것이라면 그렇게 너그러울 수 있을까 자성해보아야 한다.
평생 진료비를 보장하는 건강보험료 납부에 그리 인색한 분들도 내 돈 새어나가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어나가면 우리 모두가 메워야할 책임은 반드시 있다.
이제 건강보험에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할 때가 왔다. 돈도 안드는데 사회가 깨끗해질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실시해야지 왜 안하는지 묻고 싶다. 조금 불편하다고 불법을 묵인한다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