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국운의 순항 중에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그 복병은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이 순조롭게 되어가는 것이 못마땅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이제 임자를 만났다는 듯이 신냉전 시대의 시대착오적 선전문구들을 홍수처럼 쏟아놓고 있다. 이제 곧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호전성의 문구들을 지면에 도배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발상들은 이북의 미사일이 지척 간에 놓여있고 인구 삼분의 일이 모여살고 있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의 논리에 맞는 것인지 심사숙고 해볼 일이다. 안보라는 것은 복수에 불타고 흥분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술이라는 말을 되새겨보고 싶다.
혹자가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남북이 막혔던 길을 뚫고, 철도도 놓으며, 수많은 여행객들이 금강산의 수려함을 함께 감탄하고, 개성에 공단을 만들었으며, 헤어졌던 이산가족들이 만나 목 놓아 울면서 녹여낸 민족화해가 버려야 될 쓰레기란 말인가. 현 정권은 이 모든 것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북한의 탓이라고 돌리며 이제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의 생각에 몰두해있는 듯하다.
과연 이렇게 해서 누구에게 이득이 된단 말인가. 지금까지 인내한 것이 김정일이 좋아서 그랬던 것인가. 우리 민족이 오랜 역사를 지켜온 민족 공동체로서 자긍심보다는 시대의 산물인 이데올로기에 휘둘려 서로에게 총칼을 휘둘러댄 육이오전쟁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없었단 말인가.
이 전쟁에서 누구 이기고 누가 졌단 말인가. 한반도 전체가 잿더미가 되고 수많은 동족들이 서로를 살상하지 않았던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명분론은 뒤로 미루고 결과론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은 건 남북한 모두와 우리 민족이었던 것이다.
지금 지방선거가 중반전에 들어가고 있다. 집권당은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이번 지방선거를 구시대의 유물인 신냉전시대로 변질시켜가고 있다. 북한이 어뢰를 쏘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기에 대한 응징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쟁을 불사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해법이 아닐 수 없다. 더더욱 국민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하여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는 꼼수가 숨어있다면 우리의 정치를 몇 단계 후퇴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뽑아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이다. 인물들에게 이념의 색깔을 칠하고 안보위기감을 증폭시켜 인물의 자질보다 당의 깃발만으로 뽑는다면 이것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누가 지역문제를 꿰뚫고 있고 시민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인물 됨됨이를 살펴보고 그의 공약이 실천 가능한 것인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현 정권은 유권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안보위기감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냉전시대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사고의 반실불수를 만들었으며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군사정권은 순수한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조종을 받는 것으로 몰고 가지 않았던가.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폭동의 사주자들로 몰아서 고문과 투옥으로 비인간적인 탄압을 하지 않았던가. 우리 국민들은 육이오의 처절한 경험하였기에 북풍만 불어오면 사고가 경직되고 만다.
이것이 한국의 민주주의의 목을 조이며 우리들을 정신적 노예가 되도록 강요하였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밥보다 중요한 것이 자유 민주주의임을 깨닫게 하였다. 조국을 잘 지켜내라는 책무를 잘 하지 못하여 북한의 어뢰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면 철통같은 국방능력을 갖추도록 차분하게 준비하면 된다. 이일로 국민들의 의식을 경직되게 해서는 안된다.
김지하 시인은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귀한 가치인가를 노래한다.
신새벽 뒷골목에서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민주주의는 목숨만큼 귀중한 가치이기에 지방선거에서 안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나무를 잘라버리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