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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의 조건 2=공명수] 4대강 사업에 대한 사유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0년 05월 18일
↑↑ 공명수 대진대 영문과 교수, 본지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인류의 역사는 지금까지 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유랑과 정착의 과정과 다름없었기에 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강은 어느 국가에서나 지역에서든 저마다 풍요와 융성의 기세를 안고 있기에 인류의 역사와 더욱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씨족이 물과 함께 형성되고, 그 씨족이 성장하여 부족이 되고, 그 부족이 더 발전하여 마을과 도시가 되어 마침내 도시국가가 형성되었듯이 강은 제각기 굽이굽이 흐르는 궤적 속에 인고의 역사적 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은 여러 제식(祭式)을 통해, 혹은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므로 강은 문명의 부침(浮沈)을 지켜본 목격자이자 태고의 비전(秘傳)을 간직한 기억의 저장고인 셈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물은 세상만물의 근원을 비추는 우주의 거울로 통하고 있다. 고대문명에서는 물이 생명의 근원으로, 종자의 근원으로 지구의 즙으로 신성화 되었다. 고대인들은 물의 흐름을 신들의 위대한 카타르시스이자 힘의 표출 통로로 간주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삶의 터전이자 정신적 근원으로 여기고 있는 이집트인들의 나일강에 대한 사고의 자취를 살펴보자.

나일강은 그 인근 유역에 거주하고 있는 2천만 이집트인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젖줄이자, 특히 헬레니즘 문명기의 그리스인들, 그리고 로마인들이 매우 신성시하던 역사의 흔적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집트인들은 홍수로 강이 범람하면 그것이 강의 '부활'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더욱 성스럽게 생각했다. 이들은 나일강의 범람이 강물이 봄철에 주변 땅으로 흘러들어 땅을 다시 살아나게 하고 비옥하게 해주는 것으로 여겼다. 이들은 나일강의 범람이 신이 주는 선물과 다름없다고 여긴 나머지 나일강의 범람을 '영혼의 정화'라고 생각하기까지 하였다.

게다가 이집트인들은 인간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진상품이 바로 강물에 빠진 자신의 몸이라고 여겼다. 이집트인들에게 “물에 빠진다”는 뜻의 말은 “찬미한다”는 뜻으로 통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강물 속에서 신과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집트인들은 나일강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이런 노래를 바치기도 하였다: “그대는 태양신인 '라'가 창조한 들녘에 물을 흐르게 하는 풍요로운 존재, 그대는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모든 동물들에게 생명을 주고, 모든 대지에 계속 마실 생명수를 주는 구나.” 이집트인들은 경외심으로 가득 찬 나머지 나일강을 깨끗이 보존하면서 경의와 감사의 뜻으로 강가에 성소(聖所)와 신전과 사원을 세워 제물을 바치기도 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느 지역이든 강에는 산과 땅의 지기와 동식물과 사람의 생태학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강이 인류의 역사와 풍습과 자취와 흔적과 기억이 순환하는 유기적인 삶의 통로이자 모든 공동체의 터전인 셈이다. 여기에는 생명과 장소의 가치와 역사의 자취뿐만 아니라 강과 더불어 온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 있다.

4대강의 경우, 한강과 낙동강과 영산강과 금강은 멀리는 고구려와 신라와 백제의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고, 가까이로는 현대사의 영욕까지 포용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4대강의 유역의 농민들의 애환과 함께 단양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꾸구리, 남생이, 얼룩새코미구리 같은 자연물의 생명의 가치도 함께 하고 있다.

따라서 강은 그곳에 저마다 사람의 역사와 생명의 가치를 안고 있기에 태생적으로 개발해서는 안 되는 근원적인 성스러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강을 아파트 짓듯 단기간 내에 개발해 버린다면 그 강과 더불어 온 사람들의 역사와 동식물의 생명가치는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만성적인 홍수와 물부족의 문제를 결코 가볍게 처리할 수 없다.

게다가 '4대강의 개발을 통한 홍수 및 물부족의 해소'를 이룰 수 있다니 '물의 현명한 이용'의 견지에서 4대강 사업의 순기능적 요소를 간과할 수 없다. 4대강 유역에서 홍수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고충과 매년 지출되는 수해복구비 등을 감안하고, 흐르는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여 물부족에 대비하고, 여기에다 4대강 주변을 관광단지로 조성할 경우 개발에 따른 경제이익이 창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비전이 결코 의미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4대강 사업에 이러한 순기능이 있다고 할지라도 강에 개발의 논리가 접목되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이 진정으로 그 강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면 그 강이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을 깊이 배려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4대강 주변의 장소에 유기적으로 관계한 토박이들의 삶의 애환과 동식물의 생명을 살리는 방안을 고민한 다음 홍수피해와 물부족에 대한 합목적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 간직된 고유한 장소 속에는 저마다 강과 함께 한 사람과 자연물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명의 가치와 역사의 자취는 초단기적인 토목공사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가령 낙동강의 경우, 함안, 창녕, 김해, 밀양에 홍수피해를 줄인다고 함안보와 창녕보를 설치하면 침수피해로 인해 일대의 농민들이 터전을 잃게 되고 주변의 습지와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곳 일대의 삶의 역사도 그 자취를 잃게 된다. 또한 4대강은 본래의 종 다양성이 숨쉬는 생명순환의 보고로서의 강이 아닌 한강 같은 낙동강과 영산강과 금강이 되고 말 것이다.

강이 저마다 다른 가치의 자연물과 사람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균일화 된다면 그것이 강으로서의 생명가치와 심미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시간과 개발의 범위이다. 4대강 사업이 인간과 자연을 배려하는 것이라면 몇 십 년 이상의 장기대책과 개발공간의 최소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함안보와 창녕보를 설치하지 않고 낙동강의 홍수피해와 물부족을 해소하고 그 지역 일대의 생명도 살리고 역사도 간직할 수 있는 현명한 이용 방법이 모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명수 / 대진대 영문과 교수, 본지 칼럼위원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0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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