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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의 포천일기=17] 포천 봄 편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5월 18일
↑↑ 김자현 소설가
ⓒ (주)포천신문사

그리운 친구들이여! 봄이 다 가기 전에 포천으로 봄나들이 한 번 하게나. 추위가 가시니 이곳은 이제야 꽃들이 만개하고 수수꽃다리만 뒤늦게 꽃망울을 틔우는 중이라네. 담장마다 거리마다 철쭉의 퍼레이드요, 영국의 <디즈렐리> 수상이 헹카치 대신 가슴에 꽂고 다녔다는 앵초가 한 달이 넘게 입술을 뾰루퉁 내밀고 있는가 하면 굵은 솔의 붓꽃이 노란 물감과 보랏빛 물감을 듬뿍 찍어 봄의 장막에 붓질을 하는 여기는 봄이 지금 절정이라네.

마당을 지나 밭둑으로 나가면 우리의 미각으로 봄을 먼저 알리던 냉이가 가느단 종아리로 불어온 바람에 세필화를 그리고, 정강이가 한 뼘씩이나 자란 쑥이 아직 쇠지 않아 가위를 대면 상둥상둥 잘도 잘린다네. 그리운 이여! 쑥대에 뼈가 들기 전 포천의 봄을 다녀 가게나!

멋진 그릴에서 내어다 보는 봄도 봄이요, 그럴싸한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보는 봄도 봄이요, 강가나 해변을 거닐며 느끼는 봄도 더 없이 화사할 터이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이여, 그대와 함께 이 봄날을 갈무리하기 위해 길어야 서너 시간만이라도 허락하게나.

꽃을 찾아 잉잉거리는 벌떼들처럼, 이 화사한 계절이 나만을 팽개친 것 같아 바람잡이를 따라, 서울로 시골로 좋다는 곳은 다 돌아다니지만 봄날은 속절이 없고 가슴엔 더 크게 구멍이 뚫리고 만다네.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언제나 한 순간 뿐이니 덧없는 세월을 낚으러 공연히 분주할 뿐이라네.

이 짧은 봄날보다도 안타까운 이생의 다리 위에 우리가 있고, 같은 땅에서 태어나 우리가 동시대를 걷고 있음이 중요하지 아니한가. 육십억 분의 일 확률 속에 있는 나의 육친이여, 형제자매여, 또한 험한 세상을 건너 갈 서로와 서로의 다리가 되어야할 이웃이여! 그들을 위해 곰취를 찾아, 두릅을 따고 달래를 캐며 발품을 파는 것이 가치 있는 것 아니겠나. 삼복더위에 쪽파 한 단 보다 못하게 썩어질 우리네 몸이지만 불의의 질척한 흔적 위에 그대의 고결한 영혼을 눕히지 마세.

그대 오신다면 나는 그늘을 가릴 챙이 있는 모자와 함께 바구니와 나물을 캘 칼 하나 준비하고 목을 빼어 삼거리에 눈을 박겠네. 그리고 그대 당도하거든 우물 뚜껑을 열고 퍼 올린 냉수로 한 박자 쉬고 나서 산으로 들로 나가보세. 논두렁에 지천인 햇살을 캐고 봄동산에 갈之 자를 놓으며 샌들거리는 바람을 잡아 바구니에 서리서리 틀어 올려보세.

서너 시간 아니라 채 두 시간도 못되어 꾸역꾸역, 봄이 흘러넘치는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들길을 걸어 집으로 오면 그동안 코드를 꽂아놓았던 밥솥이라는 문명은 고슬고슬 이팝을 지어놓았을 것이네. 도려낸 미역취는 살짝 데쳐 무치고 논배미에서 캔 돌미나리는 새큼달큼하게 생절이를 하세. 출출한 길에 된장 고추장에 양념 하여 쌈장까지 만들어, 뒤뜰에 무수히 돋은 민들레를 뜯어 민들레 쌈을 볼이 터지게 우겨 넣어도 보고….

도서관보다 모텔의 숫자가 많은 마을마을 들어서는 길목에 <홀딱벗고> 이름을 가진 새가 오늘도 진종일 “홀딱벗고~홀딱벗고~홀딱벗고~”하는 새의 노래 소리 들리는 그늘에서 막사발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부쳐놓았던 쑥전을 안주 삼아 씹으면 이 해가 다 가도록 우리들 입에는 봄내가 흠씬- 물들고 말걸세. 더하여 기분이 흡족하여지면 가는 봄날을 위해 진혼의 곡조 한 마디씩 읊을 때 녹색의 바람이 초록의 공기가 우리들 것인데 누가 뭐라 하겠나! 봄이 머지않아 파장이니, 이보게 친구, 오려거든 서둘러 오게!

김자현 / 소설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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