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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의 포천일기=16] 차린 것은 없고 상다리는 부러지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5월 08일
↑↑ 김자현 소설가
ⓒ (주)포천신문사

봄비 치고는 줄기가 굵더니 앞마당 늠름한 느티나무 허리가 부러질 듯 바람이 심하다. 망월동묘역의 영혼들이 들고 일어난 모양이다. 다음 주면 우리 국민 비운의 역사, 30주기 5.18이다. 근현대사를 통 털어 전쟁이 아닌 제 국민에게 가해진 가장 큰 단위 살상이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 날의 정신은 민주, 인권, 평화로 집약되어 전국 단위의 행사가 지방과 도시에서 각각 형편에 맞게 치러지는 모양이다. 서른이란 사람의 나이로 치면 온전한 성년이 된 세월이다. 잘린 손목 한 점이라도 찾을 수 있어 “--열사의 묘”라고 떳떳한 이름 석 자 새길 수 있었던 비석도 있지만 실종자는 찾을 길 없고 남은 자들이 부르는 이름만이 하늘에 메아리치는 아직도 5.18은 끝나지 않았다.

당시 투입되었던 공수부대요원들도 그 후유증에 혹독하게 시달리는 희생자임이 분명한데, 그 총체적 독재의 원흉은 아직도 쇠뭉치 닮은 머리를 들고 어디를 가든 수십 명 경호원을 대동하고 등장하신다니, 먼 훗날 역사는 그와 동시대인, 우리를 일러 무엇이라고 부를까. 정이 많고 덕스런 국민이란 칭호를 얻을까.

조선시대에는 여러 등급의 형벌이 있었다. 곤장을 치는 태형과 장형, 조금 더 죄가 중해지면 도배와 유배를 시켰다. 중죄인에게는 사형이 내려졌는데 죄질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어진다.

첫째 사사(賜死)는 우대하는 뜻에서 사약을 내려 자살케 하는 형벌이고, 또 다른 처형의 방법으로 주살(誅殺)과 참형(斬刑)도 있었다. 또는 능지처참과 효시가 있었는데 대역을 범한 사람에게 행하는 최대극형이었다. 또한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사람도 죄가 확인되면 묘를 파내어 부관참시(剖棺斬屍)도 하고 있으니 인정이 없다고 평할 일이 아니라 법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온 백성에게 주지시키는 일이다.

벌은 응징의 차원보다는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의미가 더 강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촘촘히 따져보면, 5.18의 원흉들이 아직도 이 지상을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은, 선한 국민이 아니라 온 국민이 범죄의 커넥션에 가담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5.18광주항쟁의 정신이 촛불이 되어 그동안 시민들의 저항과 시위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 그리하여 보통시민의 시대가 있었고 최초로 평화적 정권이 이양된 문민정권이 있었고 국민의 정부가 있었으며 참여정부가 있었다.

그러나 촛불 잔치는 하나 같이 대도(大盜), 저희들의 잔칫상이었으며 부러진 상다리 앞에 국민들은 언제나 미약하게 떨리는 촛불을 들고 바람은 여전히 높아 오월이 가기 전에 민주 투사 노무현 전 대통령 일주기도 있다.

희랍 선사시대에 엘리스란 지역이 있었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위치한 이 지역은 <살모네우스>라는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왕이 되고나서 해가 거듭되자 이 왕은 권력에 중독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망상에 이른다. 백성들로 하여금 제우스에게 바치던 제물을 자신을 위해 바칠 것을 요구, 자신을 숭배할 것을 강압한다. 청동전차를 만들어 바퀴 뒤에 쇠막대 두 개를 매달고 전속력으로 달려 쇠막대가 부딪혀 일어나는 불꽃을 자신이 만들어내는 번개라고 이름하고 불붙은 횃불을 백성들에게 던지면서 제우스를 흉내내기에 이른다.

날이 갈수록 그 만용이 하늘을 찔러 이를 보다 못한 제우스가 번개와 불벼락으로 왕, <살모네우스>와 그 주민을 몰살하고 있다. 그는 지옥으로 떨어져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지금까지 전차를 몰아야 하는 형벌을 받았으며 무모하고 악한 사람을 왕으로 추대한 그 주민도 죄가 있음에 몰살의 벌을 받고 있다. 각 지방의 수장을 뽑는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권력-광인이 잡으면 칼, 현인이 들면 덕이다. 광인과 사탄의 무리에게 칼을 들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곳간 열쇠를 맡겼더니 권력인 줄 아는 자 그가 악한 마귀다.

김자현 / 소설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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