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천은 사업의 혼돈과 개발순위가 뒷전으로 밀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인접한 도시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느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의 마음도 예전에 비해 의욕이 높은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를 찾는다면 애향심이 상실된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지역정치가 소멸되어 있음이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지방자치가 되면서 지역발전의 향배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지도력과 실현가능한 추진력이 중요하다. 그 위에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비전에 부합한 일을 추진해야만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앞서가는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대표들은 각종 선거 후유증과 개발에 대한 이권 연루와 중앙정부와의 소통도 미흡했던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여섯 번을 당선시켜 역량을 키운 거물 정치인이 무대를 떠난 후에 확실한 지도자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딜레마였던 것 같다. 선거 때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소란을 일으키며 서로를 헐뜯으며 고소고발을 지속하며 시민의 결집마저 훼손해 오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는 정치를 비롯한 사회 경제적인 총체적 난국이라 판단되며 정말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가 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어려울 때는 경험 있는 원로의 조언을 듣고 현실을 직시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는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기로설화(棄老說話)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향을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원로의 경험을 배워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기로설화에는 버릴기(棄)와 늙을노(老), 노인을 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옛날 어느 반듯한 아들이 늙으신 아버님을 극진히 모시고 있었는데 이때는 늙은 아버지를 당연히 버려야 한다는 국법이 엄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 효심이 깊었던 아들은 자신을 금지옥엽 키워주신 아버지를 차마 내다버릴 수가 없어 뜰 안에 한 곳을 파서 은밀히 숨을 곳을 만들고 아버지를 그 안에 모셔놓고 마을 사람에게는 산에다 버린 것처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호시탐탐 침략을 노리고 있던 강한 이웃나라에서 기로국 왕에게 몇 가지 문제를 보내며 그것을 풀지 못하면 쳐들어가겠다고 협박을 해 오게 된다. 그 문제 중에 하나는 이러했다. 큰 코끼리 한 마리를 보내면서 코끼리의 중량을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국왕은 여러 신하들과 의논을 했으나 모두들 경험이 없어 그 문제를 풀지 못해 안달이 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로국왕은 온 나라에 방을 부쳐 이 문제의 답을 내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다고 수소문을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듣게 된 효성스런 아들은 이미 죽은 것으로 되어 땅속에 숨어 계시는 늙으신 아버지에게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코끼리를 배에 태워 연못 안에 띄워보아라. 그리고 물에 들어가는 깊이를 배에 표시하여라. 그 다음 코끼리 대신에 돌을 그 깊이만큼 배에 올리고 돌의 무게를 재어 보거라. 그러면 그 돌의 무게가 곧 코끼리의 무게와 같게 되는 것이다"라고 답을 알려주었다.
그 후 기로국 왕은 코끼리 무게를 계산하여 이웃나라 국왕에게 회신을 보냈더니 이웃 왕이 이 나라에도 현명한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판단하여 침략의 뜻을 접고 다른 나라의 침략을 막아주겠다는 약속까지 하며 만족하였다고 한다.
그 후 기로국 왕은 해답을 준 효자에게 그 공을 칭찬하며 어떻게 그 어려운 문제를 풀었는가? 물어 보았다. “국법에 노인봉양을 금하는데 저에게도 늙으신 아버님이 계심에 죄인 줄 알면서도 땅 속에 집을 만들어 아버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 문제의 답은 굴속에 숨어계시는 아버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이 말은 들은 왕은 노인을 버리는 행위를 금하고 그 노인을 왕사로 추대하고 국가와 백성에게 공덕을 추앙하였다. 지금 우리는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먼 곳을 보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끼리 반목하며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지역을 대표하여 여의도에 진출한 인사는 지역정서에 어둡고, 포천을 지키고 있는 수장은 집안싸움 때문에 밖으로 눈을 돌릴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잔여기간을 달려 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얼마 있으면 다시 시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공략을 내세우며 불나방처럼 권력이라는 빛 주위로 질주하게 된다. 물론 저마다 가장 포천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에 선택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전임자나 선배들을 무시하거나 섭섭하게 하지 말고 경험 있는 많은 포천출신 인사들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기를 바란다. 그중에서도 긴 세월 포천을 대표하며 국정을 수행하던 이한동 전 총리에게 많은 조언을 구한다면 기로설화가 일깨워 준 교훈을 실현하는 첩경일 것이다.
판검사와 변호사는 물론 여야를 넘나들며 국정을 모두 경험하였고 장관을 거쳐 ‘일인지상 만인지하’ 라는 대한민국의 총리를 역임한 분이 포천출신인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단 말인가?
포천에 있는 한 고등학교 도서관에는 이총리가 검사시절 고향에서 형설의 공을 불태우는 후배들을 위해 기증한 책들이 상당 수 있다. 필자도 그 도서실에서 금삼의피를 비롯한 많은 책을 접하며 마음의 양식을 쌓은 바 있다.
고향을 떠나 있으면 더 애향심이 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출향한 인사들은 포천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면 마음 한편이 저려온다고 한다. 그 분의 마음속에도 여느 인사 못지않은 오히려 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할 것인데 하물며 고향의 후배들이 자문을 구해온다면 그 얼마나 반갑겠는가?
이제 포천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자. 예우할 분은 예우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진실이 통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