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용허가제,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의 인권(下)

(지난호에 이어)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고용허가제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정주화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 취업기간을 최장 3년으로 제한하고 국내에서 재취업한 후 출국한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들어올 경우 일정기간(1년)이 경과해야만 재입국 또는 취업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이 한국인 사업장에서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년 이상이 걸린다. 즉 어느 정도 숙련된 기술과 의사소통능력을 가지게 될 만 하면 출국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새로운 고용허가제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적 측면에서의 인력난은 해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질적 측면에서의 인력난 해소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상당수의 산업재해가 한국에 입국한지 2년 미만인 외국인 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는 현장의 보고를 접하고 보면 최장 3년의 시한만으로는 양질의 노동력 확보라는 사업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법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자유로운 작업장 이동이 금지되어 있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계약을 하기 위해 회사측의 부당한 작업지시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부로 항의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상태가 예상된다. 물론 법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노동부에 가서 진정을 할 수는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이러한 법적 보호조치가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으며, 알고 있다 하더라도 어떠한 경로로 진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해 질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진정의 결과로 퇴사한다 하더라도 다른 직장을 찾으려면 구직신청 후 다른 업주에 의해 선택될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하며, 이 대기기간 또한 3년이라는 시한 안에 포함되어 산정된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이미 전 사업장에서의 불화로 퇴사한 노동자가 다른 사업자에 의해 선택된다는 보장이 없는 실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정당한 대응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든다. 이 점에서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상당히 이어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실 따지고 보면, 산업연수생제도의 도입으로부터 고용허가제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동일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순된 요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D업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대다수 시민들의 정서는 이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동안의 정부정책 또한 인력난 해소라는 산업현장의 요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정주화 불허 원칙 사이에서 갈팡질팡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화 금지가 과연 그 숱한 인권침해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절대 원칙인가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단군 이래 지켜 온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로 인해 대다수 시민들에게 있어서 그 원칙에 대한 도전은 감히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수준과 산업구조로 보아 노동시장의 일정부분은 항상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당장에는 3D업종에서의 인력난이 문제지만,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향후 일정한 경제발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서의 대규모 인력 수입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인구의 상당부분이 늘 외국인노동력으로 채워지는 것이 불가피할 때, 이들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3년 혹은 5년마다 물갈이하듯 내쫓아가면서 노동력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 우리사회도 일정 비율의 외국인노동자들과 늘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상을 염두에 두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정주화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김 희 자
(대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