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용허가제,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의 인권(中)

(지난호에 이어)새로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어찌되었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합법적 고용을 허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의 산업연수제도에서는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입으로 많은 수익을 남기고 있던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끈질긴 로비가 있었고, 그 때문인지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의 최종모습은 애초의 제정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의 법으로는 당면과제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따라서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침해사태도 방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법에 의하면 5년 이상 된 불법체류자는 무조건 출국하게끔 되어 있다. 법을 새로 제정할 때는 법 제정 이전에 발생한 현상들을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세밀한 경과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제정된 법에서는 7월에 법이 통과한 이후 불과 4개월만인 11월까지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출국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현재 시점에서 5년 전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침체 때문에 노동임금의 전반적인 하락과 노동시장 축소를 겪고 있었던 시기였다.
따라서 지금 5년 이상 된 불법체류자의 상당수가 입국 당시의 비용을 보전하고 본국으로의 귀환 후 정착자금을 마련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이들이 법 통과 후 4개월 만에 그 돈을 모두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4개월의 기간 동안 그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출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법에 의한 강제출국대상자는 11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11만명이 4개월동안 출국할 비행기 편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단속된 사람은 3,061명, 자진출국자는 9,253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강제출국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지속적으로 출국시한을 연장하는 것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불법체류자들에게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키워주고 있을 뿐이다.
현재와 같이 정부에 의해 강제출국이 선언되어 있으면서, 실제로는 집행되지 못하는 상태가 오랜 기간 이어지자 이들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강제출국을 강제하기 위한 일제검거 때문에 이들은 7월 이전과 달리 불법취업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그동안 벌어놓았던 돈 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일부 악덕사업주들은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처지를 이용하여 임금을 고의적으로 체불하기도 하고, 또 방을 임대하고 있던 집주인이 이들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자진출국기한을 2월 말까지 추가 연장하고, 자진출국자는 오는 8월 시행될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재입국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입국을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초청을 받아야 하며, 특히 고용허가제를 적용하는 대상 국가를 5개국 내지 7개국 정도로 축소하는 방안을 강구중이어서 상당수의 불법체류자는 재입국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밖에 없다(다음호에 계속).

김 희 자
(대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