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고용허가제,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의 인권(上)

김 희 자(대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2003년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이 제정됨으로써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용허가제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제정을 전후하여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도 향상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퍼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가을부터 지금까지 연일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살과 출국에 저항하는 시위, 농성은 합법적 고용을 허가하는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진 이 제도의 효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고용허가제 이전에 일반시민들이 가장 많이 접해 왔던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주로 사업주의 폭행, 감금, 임금체불 등의 인권유린 사태일 것이다. 인권유린 사태는 관계를 맺고 있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힘의 우위에 서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업주와 노동자관계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힘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부여해주는 것은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합법적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자가 양산된 것은 기존에 실시되어 왔던 산업연수제도가 노동자들의 합법적 취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중소제조업체와 건설현장은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해 왔다. 이러한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1991년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했고 그후 1994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수입창구로 하여 산업연수제도를 확대 실시했다.
그러나 산업연수제도는 바로 ‘연수생’이라는 어정쩡한 신분을 빌미로 한국 노동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초저임금을 정당화하였을 뿐 아니라, 연수처로 배당된 사업장을 절대 떠날 수 없도록 강제했다. 이러한 조건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당된 사업장에 머물든 혹은 그를 떠나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다른 사업장에 취업하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업주의 과도한 힘의 행사를 가능하게 했으며, 따라서 곳곳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에 머무르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처한 경제적 현실 때문이다. 산업연수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수입창구로 지정된 중소기업중앙협동회는 한국에 산업연수자로 들어오는 비용을 외국인에게서 과도하게 징수해왔다. 이러한 입국비용은 환율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본국에서는 평생을 일해도 회수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부담을 주는 수준이었으며,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당된 사업장을 이탈하여 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다른 사업장을 지향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대규모 불법체류자의 양산과 이에 따르는 인권침해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오랜 기간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며 그동안 정부의 조치라고는 기껏해야 1998년과 2002년 두 번에 걸쳐 산업연수제도를 수정하여 연수취업제도를 실시하는 데 불과했다. 연수취업제도는 ‘1년간 산업연수, 2년간 취업’으로 방식을 바꾼 것으로, 산업연수제도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결국 불법체류자의 양산은 한국의 노동시장과 정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라는 세부분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