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도 출마 예상자들의 불법 사전선거운동이 벌써부터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하여 깨끗한 선거를 기대하는 선관위직원의 한사람으로서 몹시 우려된다. 선관위가 아무리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단속을 한다해도 절대인원의 부족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 각종 지지모임에 대한 제보를 받아 현장에 출동하지만, 향응제공이 워낙 교묘해서 그 가운데 최소한의 과태료 처분만을 내릴 수 있는 것도 20∼30%에 불과하다. 구·시·군단위에서도 이 지역, 저 지역으로 나누고 인맥·학맥을 따지는 현실이고 보면 금품살포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 이제는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하는 시민의 눈이 절실한 형편이다. 대부분 지역선관위의 경우, 여직원 1~2명과 공익근무요원 1~3명 등 을 더해 직원이 모두 6!9명에 불과하다. 선거운영·관리를 위한 행정사무가 많아, 단속은 한두명의 직원이 전담한다. 적어도 3~5명의 후보가 난립해 2~∼3개조의 운동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섭렵하는 총선에서 ‘부정의 손길’은 언제나 ‘감시의 발길’ 보다 빠르다. 이런 정치 환경 속에서 단속인원의 태부족으로 현장단속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부족한 선거감시인력을 메우기 위해 선관위가 지난 2000년 선거부정감시단 제도를 도입했으나 현행법상 감시단은 선거기간 개시일 10일 전부터 운영하도록되어있어 선거기간 훨씬 전부터 벌어지는 각종 불법선거운동은 선관위의 그물망을 손쉽게 빠져나간다. 선관위가 선거일 120일 전부터 감시단의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개정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이번 선거법 개정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싶다. 인적 구성도 미흡하다. 지역 선관위별로 30~50명 정도로 구성되는 감시단원의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자영업자나 주부들이다. 한달여의 활동 기간 동안 사실상 생업을 포기하고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대학생이나 일반 직장인으로선 힘을 보태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을 발견하면 그 즉시 제보를 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선거판이 깨끗해진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삼을 경우, 부정선거 감시를 위한 사전교육 및 정보교환이 더욱 원활해지고,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전업감시의 부담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일상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체의 부정·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는 촘촘한 ‘시민감시 네트워크(Network)’를 형성하여 전국민적인 감시망을 형성해야 비로소 추악한 부패정치를 이땅에서 완전히 추방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감시 그물망이 돈선거 추방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민의 감시 없이 공명선거는 불가능하다. 선관위같은 국가의 공적기관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민간단체가 있어야 하고, 더 넓게는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을 발견하면 그 즉시 제보를 하는 국민 개개인의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선거판이 깨끗해진다. 이제는 전국민적인 감시망이 없이는 부패정치 추방이 불가능하다. 선거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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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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