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지난 십여 일 동안 천안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슬픔과 안타까움에 빠져 있었다. 모든 방송과 신문은 스크린과 지면을 엄청나게 할애하여 구조와 인양의 과정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46명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당한 후 그 가족들의 절망과 불만을 치유할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국방과 해군 관계자들에 대해서 질타와 의심의 눈초리가 돌려졌다.
산업화에 성공하고 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이 한 번의 군함침몰 사건으로 허둥대는 것에 국민들은 매우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은 구조에 전력투구하고 정확한 조사를 통해서 결과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구심력과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군과 정부가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지도력이 결여되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군 관계자들의 변명에 급급한 모습에서 국민들은 신뢰감을 상실하였다. 물론 국방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를 통제하고 국가의 위기관리를 우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종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의지보다 국민들의 질타를 피해보자는 면피적 태도를 읽었기 때문에 그들을 국가적 혼란을 수습할 영웅으로 인정하기가 어렵다.
조사과정에서 통계자료나 수치의 착오로 발표 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구조과정에서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수많은 잠수대원을 움직이게 하면서도 그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감압기의 부족은 결국 ‘한주호’라는 위대한 군인의 죽음을 초래하고 말았다.
게다가 위험한 바다에서 구조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쌍끌이 어선의 도움을 청했다가 그들마저 바다의 제물이 되게 하였던 것이다. 상황이 급하다고 해서 구조과정마저 서둘러대는 전략은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데서 일어난 사고라고 본다.
귀한 자식들을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실종자 가족들은 그 아픔이 너무 커서 전체적이고 보편적으로 사건을 조망할 수 없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들들이 차가운 바다 밑에 머물러있다는 생각 자체가 그들의 사고를 정지시키게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아들들은 처음이요,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사회와 개인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가지게 한 것은 한주호 준위이다. 그는 높은 사람 누구도 나서지도 나설 수도 없는 어두운 바다 속을 자청하여 드나들다 불행히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체 높은 사람들이 변명하기에 급급할 때 그는 실종된 자들을 찾으러 순례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군대의 계급도, 어느 훈장도 만들어낼 수 없는 보통사람으로서의 영웅의 서열에 국민의 입과 손으로 오른 것이다. 그의 희생은 실종자들 가족들의 눈물을 씻어주고 전 국가의 안위에 눈을 돌리게 하였다.
필자는 그를 시로써 칭송하기에 조금도 주저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우리에게 준 감동이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가슴으로 울려나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보통사람 영웅되기”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노래하였다.
자리 높다고 자랑하던 친구들이 더 쉽게 영웅이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신새벽 날아온 잔인한 비보에 온 국민들의 가슴은 뚫리고 꿈이냐 생시냐 내 아들 내 동생 내 손자 인당수에 몸을 날린 심청이 신세가 되었다니
거친 파도는 더 이상 낭만의 표상이 아닌지 안타까운 손들이 땀을 쥐어짜며 기도해도 잦아질지 모르고 악한 세상에 냉소라도 퍼붓듯 성난 조류는 거세게 구조자들의 손길을 밀어낸다
포세이돈은 으르렁 거린다 더러운 세상 깨끗이 정화 못하면 너희 죄 없는 아들들이 너희 죄값으로 희생되리라고 누가 감히 나서겠는가 눈물밥 먹어보지 않은 놈들은 어림도 없다
내 조국 누가 지키랴 매일 외치며 내 아들 내 동생처럼 피땀 흘리며 잠수를 가르치던 한주호 당신 밖에 나 먼저 죽음을 향해 가버린 너희들을 만나러 수십 길 바다 속이라도 네 살 네 뼈 안으러 얼어붙는 몸뚱이를 뒤틀며 내려간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
지극히 인간적인 보통사람 한.주.호 당신의 희생으로 성난 바다를 다스릴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슬퍼한다
박정근 / 대진대학교 교수, 윌더니스 주간, 시인 (jkparkdj@hanam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