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맹상군(孟嘗君)과 선비의 교훈, ‘아니면 그만인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에는 맹상군이라는 인덕과 지혜와 용기와 신의를 겸비한 큰 인물이 있었다.
맹상군은 아버지 정승 전영(田霙)과 천첩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어렸을 적부터 비범함과 탁월함을 알아본 전영은 전문을 적자로 삼고 맹상군이라는 칭호와 설공이라는 작호를 계승하게 하고 집안의 대를 잇게 했다.
맹상군은 십여살 때부터 집안 살림을 맡아보고 손님접대를 하게 되니 천하의 선비들이 제나라에 오면 맹상군과 만나서 담론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기뻐하여 더욱 많은 선비들이 맹상군 문하로 몰려 들었다.
맹상군은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잘 낫건 못 낫건 간에 다 받아 들였다. 그리하여 천하의 많은 망명객들과 죄를 짓고 열국을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다 맹상군 문하로 모여들었다.
맹산군 문하에는 문인뿐 아니라 별의별 재주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니 진(秦)나라도 제나라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맹상군은 자기가 입은 의복과 음식을 추호도 다름없이 모든 선비와 같이 했다. 어느 날 밤이었다. 그 날도 맹상군과 선비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데 어쩌다가 불빛이 손님들 밥상에만 비치고 서가에 가려서 맹상군의 밥상은 잘 보이지 않고 컴컴했다. 그때 한 선비가 젓가락을 던지면서 소리쳤다.
“맹상군 밥상과 우리 밥상에 차별이 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왜 주인이 어두운 곳에서 밥상을 받을 리 있으리요. 나는 맹상군이 어진 분 인줄 알고 찾아 왔더니 허무한 사람이었구나. 나는 밥 얻어먹으려고 이 곳에 온 것이 아니라 맹상군이 큰 인물인 줄 알고 왔느니라”고 외치며 벌떡 일어나 분연히 나갔다.
맹상군은 황급히 일어나 그 선비를 데리고 자기 밥상에 가서 불을 켰다. 과연 맹상군의 밥상은 모든 선비의 밥상과 똑같았다. 그 선비는 깊이 탄식했다.
“맹상군은 이렇게 모든 선비를 대우하건만 나는 주인을 의심했으니 참으로 소인이로다. 내 이제 무슨 면목으로 맹상군 문하에 서리요” 하면서 즉시 칼을 뽑아 자기의 목을 찌르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맹상군은 크게 애석해 하고 슬퍼하면서 선비의 장례를 치러 주었다. 모든 선비는 맹상군에게 감동했다. 이것이 올바른 정치인이나, 공직자, 지도급 인사들이 취해야 할 도리인 것이다.
최근 우리의 정치 상황은 이런 맹상군과 선비의 신의와 도리는 커녕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양심마저 실종되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맹세한지 며칠되지 않아서 수백억의 불법 수수 사실이 드러난 최돈웅 의원의 행태나 7명의 범죄혐의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최근 국회의 행태는 지금의 우리 정치권에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겠다. 아무리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 본회의장이라 해도 이번 유시민 의원에 대한 모의원의 폭로는 ‘아니면 그만이고’ 식의 시정잡배의 폭로전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모 의원은 유시민 의원이 단 한번이라도 그 흔한 중국관광을 다녀왔더라면 꼼짝없이 누명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위가 드러났음에도 모 의원은 미안하다고 악수 청하는 것으로 되겠는가? 유시민 의원은 사실이면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니면 폭로한 의원이 의원직을 떠나야 한다고 했는데 모든 것이 허위로 드러났는데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으니 소인배는 말로 사과하고 대인은 물질과 행위로 사과한다는 말이 이 경우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이런 비양심적인 행위를 저질러 놓고도 허위가 드러나면 자결은 고사하고 국민과 당사자에게 무릎 꿇고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하는 정치인 하나 없다.
우리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이렇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도 실종된 정치권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 나라 정치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수준과 정비례한다고 한다.
이 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부패한 나라라는 TI(국제 투명성본부)의 발표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모든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분노하고 욕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원들을 선택해 놓은 것이 누구인가? 우리 국민들이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이 중 희
(시인. 포천시선거관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