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고구려의 기상으로 민족의 새지평을 열자

신 용 철(경희대 명예교수·중국사)

(지난호에 이어)위에서 본 대로 중국인들은 고구려가 중국사임을 여러 논리로써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년 6월 중국의 소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회의에서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지고, 사랑 받는 지린성 지안현의 광개토왕릉을 비롯한 고구려의 고분군을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을 신청해 놓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 엄청난 위기에 치밀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금년 중국의 소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유산지정회의에서 북한이 신청한 강서의 고분 등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도록 북한과 협력하여야한다. 이로서 중국의 시도를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그 동안 너무 경시했던 고구려사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한다. 역사와 철학 등의 기초학문이 소외되는 우리의 학문적 풍토에서 우리 역사의 보다 철저한 연구가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가 고구려연구 센터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시기 적절한 결정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화의 세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화의식은 바로 역사의식에 있다.
한편 이 문제는 단순한 고구려사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사와 외교사, 국제법, 영토사를 비롯하여 서양사나 베트남사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연계적으로 접근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독일이 폴란드 등의 주변국가들과 영토와 역사의 문제를 협의하여 해결하는 실례 등은 귀중한 시사가 될 것이다.
우리의 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명백한 태도를 취해야한다. 한가한 역사학자들의 사소한 논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한다. 이것은 하나의 역사논쟁에 머물지 않고 민족의 미래와 운명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임을 올바로 인식하고, 대응하며 연구자들을 적극 지원해야한다. ‘역사전쟁’이니 ‘제 2의 라·당 전쟁(羅·唐戰爭)’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사태의 심각성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역사논쟁을 외부에 널리 홍보함은 물론 외국의 협력을 구해야한다. 지난번 러시아 동방학연구소의 학자들이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은 그의 좋은 실례이다. 외국으로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또 학문과 인류의 양심으로 우리를 도와 줄 수 있는 가능성도 널리 구해야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일반시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의 고양은 물론 세계의 최상을 자랑하는 IT 국가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중국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다. 지난번 우리의 네티즌들이 우리 역사의 잘못된 역사 표기를 항의하여 바로 잡은 실례도 있다.
1980년대 일본의 역사왜곡에 반대하여 독립기념관을 탄생시킨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 때 보다 더 심각하고 본질적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할 수 있어야한다.
학문적 영역과 아울러 일반적 대응의 중요한 문제는 설득력 있는 대응 논리의 개발이다. 사안이 크고 중요하므로 너무 애국적이거나 방법이 치졸(稚拙)해서는 안되고, 객관적이면서도 당당한 논리와 주장이 필요하다. 학문적으로 중국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역사적 상황과 국제적인 평화관계나 협력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주장을 중국은 물론 유네스코 회원국가 및 전 세계에 알려야한다.
학문적 논리와는 별도로 우리는 중국에게 이 역사분쟁의 비합리성과 무익함을 알리고 설득해야한다. 즉 이러한 분쟁은 150년만에 대 번영의 길에 접어 든 중국에게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보아 손해보다는 이익이 훨씬 적을 것이란 점을 설득해야한다. 이제 세계는 가까워졌고, 단독으로 살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양국간의 우호적 관계가 중국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한·중간의 관계악화가 누구에게 유익할 것인가를 부각시켜야 한다.
끝으로 우리도 이 문제를 합리적, 개관적, 지속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과 동북아시아의 공동체적 생활권을 위한 대국적 견지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감정적인 애국주의보다는 지역 문화공동체적 차원에서 실효성 있고 유익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04년인 금년은 고구려가 건국된 기원전 37년 후 34번째의 갑신년이다. 지금 우리는 그 때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으로 21세기 민족의 새 지평을 여는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