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국의 東北工程과 고구려사의 편입 시도

▲신 용 철 (경희대 명예교수·중국사)

(지난호에 이어)동아시아의 대국으로서 중국이 오랜 역사에서 주변 국가의 조공을 받으면서 중화주의에 입각해 우월권을 주장하며 팽창주의적 전통을 이어 온 것은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중국이 오늘날 정치적 안정과 급속한 경제적 발전을 이루면서 소수민족을 포함한 변방의 안정과 세력의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고구려사와 직접적인 문제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지린(吉林)성의 지안(集安)시와 환런(桓仁)시의 고구려의 유물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을 신청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즉 우리가 잘 아는 광개토대왕비와 왕릉이 있는 지역을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신청한 것이다. 말하자면 광개토왕이나 을지문덕 장군이 중국인이 되는 것이다.
북한이 2001년 프랑스의 파리에서 현재의 북한지역에 있는 고구려의 고분군(古墳群)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였다. 이에 중국이 즉각 대응하여 2003년 7월 10년간이나 북한이 준비한 이 신청을 유보시켰다.
이어서 중국내의 ‘고구려의 유물군’을 신청하여 2004년 6월 중국의 소주(蘇州)에서 유보된 북한의 안과 새로 신청한 중국의 안을 동시에 심사하게 된다. 만일 여기서 중국의 안(案) 만이 수용되고, 북한의 안이 부결되면 국제적으로 고구려의 문화유적이 중국의 것으로 공인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학문적 배경은 중국의 국책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이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이란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잘 나타난다.
중국이 ‘高句麗는 中國史’라는 입장에서 우리 돈 3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으로 고구려에 관한 자료의 조사와 정리, 연구와 학술대회 등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고구려의 고분 벽화 등의 문화유산이 있는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정비하여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대비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이미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이래 ‘중국은 통일적 多民族 國家이며, 중국의 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라는 입장에서 고구려사에 접근하고 있다.
그들의 중요한 강조 점은 ‘고구려의 기원(起源)과 정체성(整體性)’에 관한 문제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며, 독립적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학문적 정치적 배경은 “중국의 동북지역이 근대이후 전략적 요충지(要衝地)이며, 아울러 개혁, 개방 후에도 더욱 중요하다”는 그들의 주장에서 잘 나타난다.
중국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쓴 수 천 편의 논문과 많은 저서들의 내용의 중요한 주장들을 아주 간략하게 살 펴 볼 것이다. 우선 고구려의 시조는 중국 고씨(高氏)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구려가 한(漢)의 군·현(郡·縣)인 현토의 땅에 세웠으므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구려는 중국의 땅에 일어난,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현재의 중국영토 안에서 일어난 고구려는 당연히 중국이고, 고구려가 427년 수도 를 평양으로 옮긴 후로 한반도의 북부가 모두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가 중국에 조공을 바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한반도의 남부 옛 삼한(三韓)지역만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셋째로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중국의 국내전쟁으로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으로 수·당은 고구려를 침략한 것이 아니고 국내의 정벌이라는 것이다.
넷째로 왕건(王建)의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가 아니며, 고구려의 고씨를 왕씨가 계승할 수 없고, 668년 고구려가 망한 후 918년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주장한다.
다섯째로 고구려가 망한 후 민중들은 일부만 신라로 가고 대부분 중국의 한족(漢族)에 융화되었다. 그러나 신라가 대동강까지, 고려가 압록강까지, 조선이 두만강까지 영토를 확장해서 중국의 영토를 침범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역사는 반으로 줄어들고, 영토도 한강(漢江)이북을 모두 잃게 되어 한국의 정체성과 역사가 와해되는 위기를 맞게 된다(다음호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