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3 오후 03:42:3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특별기고

[김자현의 포천일기=13] 농부의 잔등에 내려앉는 정치철새는 가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27일
↑↑ 김자현 소설가
ⓒ (주)포천신문사
이제 며칠 있으면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사월이다. 봄의 전령사가 마을 저 끝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겨울은 ‘뻑시게’ 점령했던 이 영토를 사수하기 위해 수차례 진눈개비로 매운바람으로 삼월을 유린했다. 허나 경칩과 춘분이 지나면서 청 보랏빛 스카프를 두르고 서둘러 나온 봄 아가씨에게 동장군은 속수무책 무장해제 당하고 개울바닥에 널브러졌다.

T. S 엘리엇은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서양에서도 “aperire”라는 라틴어의 열리다,에서 유래한 단어, April로 사월을 쓰고 있다. 이렇듯 동서양 모두 사월은 자연계의 만물이 열리는 때로 청명(淸明)과 곡우(穀雨)의 달이다. 하늘이 내리는 따사로운 햇살은 공기를 진동하고 밝고 맑은 기운을 온 우주에 퍼트려, 이제 생령이 잉태할 준비에 들어가는 날이 청명이다. 하는 일 별로 없어 삭신이 쑤시던 겨울을 지나 시골 농부는 자신의 일터를 바라보며 또 한 번의 봄볕과의 재회를 하늘의 축복으로 감사하는 날들이 온다.

서릿발과 혹한에 갈라진 논둑을 정비하고 쟁기로 논을 갈아 못자리를 준비하면 하늘은 잦은 비로 농부의 잔등을 쓰다듬는다. 물 흥건한 못자리에서 개구리가 긴 다리를 자랑하며 헤엄을 치면 농부의 아낙이 볍씨를 물에 담가 싹 틔울 준비를 하는 곡우가 다가온다. 이때에 담가둔 볍씨 가마니에 솔가지를 덮는 것은 부정한 자가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고 그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설에서 기인한다.

사실 농사는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쥐불을 놓아 다가올 오뉴월에 있을 병충해를 막고, 더러운 것들을 소세하는 정월대보름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청명과 대개 한식은 하루 이틀 사이로 겹치기 마련이다. 한식이 곡우라는 절기에 앞서 있는 것은 조상님 묘소를 먼저 찾아 그 유택을 정갈히 하고 결실 풍성한 추수를 기원한 후에 본격적인 농사에 들어가라는 조상들의 지혜와 암시로 보인다. 이렇듯 한 해의 농사에 있어서도 갖은 정성으로, 근면과 성실로 일 년을 보낼 때 하늘은 기특한 농부의 어깨를 두드리며 풍성한 소출을 허락할 것이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로 정치가들의 행보를 가늠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자고 일어나면 저 사람이 이쪽에 줄을 서고 이 사람은 저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정치 철새는 이미 신조어가 아니라 너무 쇄락한 단어다. 이들의 이합과 집산이 볍씨에서 돌을 골라내고 쭉정이를 가려내는 농사의 절차이면 얼마나 좋으랴!

공약의 실현이나 실천은 아랑곳없이 당선만 하고 보자는, 신념도 이념도 자존심도 없는, 대부분 극히 개인적인 야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니 살림을 맡겨야 할 투표권자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 같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정치가나 고위 공직자는 직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 가정의 일 년 농사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결과 부정을 멀리하고 오로지 조상께 기도를 올리며 성실을 다하거늘 하물며 지역사회의 번성을 꾀하고 주민의 살림을, 나아가서 나라의 살림을 책임져야 할 인사들이 자신의 이득과 혹은 허명, 국민 혈세의 번지수를 자신의 통장으로 자신의 등기부등본으로 옮길 생각들을 한다면 가슴 아프다.

볍씨가 부정을 탈까 봐 솔가지를 덮어놓듯 치졸한 생각을 가진 자, 부패한 자는 정치의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애국심 없는 정치일선의 사기꾼, 볍씨들 속에 숨어있는 돌처럼 뻔뻔한 무능인, 국민의 혈세를 가벼이 보는, 사람을 살상한 극한 범죄자 보다 더 악한 <가라지>들을 가려내는 4월과 5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6월 선거는 애국심으로 붙타는 유능하고 정의로운 인재가 포천에서, 한반도 전역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국민이라 불리는 성실한 농부의 잔등에서 소출을 훔치는 자, 훔치려고 맘 먹는 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검불들을 가려내는 유월이여 오라!

김자현 / 소설가

김자현 소설가는 <문학과 의식> 시 부문으로 등단해 마로니에 전국 백일장 시부문에 입상한 바 있고, 시집 <화살과 달>(2001년), 수필집 <고독한 벽화>(2002년) 등을 출간했으며, 현대일보에 장편해양소설 <태양의 밀서>를 연재중입니다. 2009년 1월부터 4월까지 포천신문에 칼럼 <김자현의 포천일기>를 12회 연재해 오다 잠정 중단한 김자현 소설가는 다시 포천신문에 매호 연재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라며, 애독을 권합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27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