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3 오전 10:54:1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기고=양혁] 구제역이 지나간 자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25일
↑↑ 양 혁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주)포천신문사
겨울의 끝자락, 시린 황사바람이 부는 창수면 오가리 13초소. 구제역교통 통제안내판이 3월 23일 12시 구제역선포 76일 만에 철거되었습니다. 석회 먼지를 뒤집어 쓴 초소와 천막을 제거하며 구제역이 선포되었던 1월 7일부터의 시간들이 영화처럼 머리와 가슴속에서 슬라이드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황무지를 개척하듯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도로주변에 초소를 만들던 일, 콧물도 나오자마자 꽁꽁 얼던 강추위에 간이소독기를 난롯불에 녹여가며 방역을 하던 일, 아침․저녁으로 종합상황보고를 하며 구제역확산 방지를 위해 대책을 세우던 일, 생석회로 인한 세차민원에 지쳐가던 길고도 길게 느껴지던 시간들.

1월 첫째주,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는 설렘을 간직하고 있던 그때 농업기술센터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임용된 지 4개월이 조금 지난 신입 공무원인 제가 ‘구제역선포’가 개인의 삶과 포천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들 알 수가 있었을까요. 신문기사를 읽는 독자처럼 무덤덤하게 생각했었는데 초소근무와 상황실 근무에 투입되면서 부터는 구제역선포가 포천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제역 상황실에 첫 근무를 하던 날. 빗발치는 전화벨 소리, 초소에서 송신하는 무전기 소리, 소란한 중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장님을 정점으로 해서 전 간부님들께서 모이셔서 종합상황보고를 하고 있었던 상황실의 모습은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잠시 이방인처럼 서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제 한쪽 손에는 전화기가 들려있고, 다른 손은 무전연락을 하면서 업무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보고를 통해 현 방역상태를 체크하고,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는 의견을 내어 바로 실행에 옮기던 종합상황보고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취합하는 상황실의 모습에는 매일 긴박감이 맴돌았습니다.

13개이던 초소가 22개로 늘어났을 때의 절망감은 포천시민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요. 절망감도 잠시 전 공무원이 돌아가며 휴일도 반납하고 22개초소를 지키며 구제역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방역을 했습니다.

1월부터 구제역이 종식된 3월까지 주말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몇 번이나 될까요. 2월쯤되면서부터는 누적된 피로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힘들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투정부리는 대신 포천에서 구제역 종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사명감을 심어주신 건 새벽 5시에도 초소를 돌아보시며 격려를 해주시던 시장님과 매일 전초소를 돌며 상황실의 회의를 주도하시던 부시장님, 직접 구제역 발생농가와 살처분 현장에 나가 앞장서시던 소장님, 하루걸러 하루씩 상황실에서 밤새워 근무를 하시던 과장님들의 헌신적인 모습이셨습니다. 처음으로 공무원의 어원인 public survant(봉사자)의 의미가 정확히 와 닿았습니다.

새해 겨울, 혹독한 추위와 구제역 발병으로 길게만 느껴지던 이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건 무엇일까요. 폭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텅빈 축사, 어딘지 힘이 빠진 듯한 축산 농가,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아 더욱 춥게 느껴지던 포천의 경기, 오랜 초소 근무로 피로가 누적되어 지친 공무원들.

지금 포천시는 지친모습이지만 텅빈 축사에 다시금 건강한 소, 돼지들이 들어와 활기를 불어넣고 포천시에 위기가 생길 때마다 단합하여 이겨내고자 하는 시장님과 공무원들, 시민들이 있기에 예전보다 더 활기찬 포천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제역이 지나간 아픈 자리들 마다, 희망이라는 예쁜 꽃잔디가 피어날 거라 믿습니다.

양 혁 /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25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