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 중 희(시인·평통자문위원)

(지난호에 이어)어느 날 그는 화가 치밀어 국보급 보물을 깨뜨렸다. 보다못한 황후가 “비스마르크에게 또 욕을 먹었느냐”고 묻자 빌헬름1세는 “그렇다”고 했다. 다시 황후가 “당신은 황제인데 왜 늘 그에게 욕을 먹느냐”고 물으니 황제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 사람은 총리여서 밑에 있는 많은 부하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에다 풀겠는가? 나한테 풀 수밖에 없지 않은가? 황제인 나는 또 어디에다 풀겠는가? 접시라도 내던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이 욕은 빌헬름1세의 입장에서 욕이었다는 것이지 비스마르크의 입장에선 직언이었던 것이다. 독일이 지금의 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토대가 비스마르크의 바른말에 있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일치된 견해이다.
군국주의 총리였던 비스마르크도 군주정치의 정승이었던 위징도 직언을 서슴치 않았는데 하물며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직언을 못하는 비서진과 각료들이라면 그들을 무엇에 쓰겠는가? 지금 이 나라에는 위징과 비스마르크도 없고, 당태종과 빌헬름 1세도 없으니 국민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