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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문화에세이] 부산 여중생 비극은 어디서 온 것인가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16일
↑↑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 교수
ⓒ (주)포천신문사

오늘날 한국 사회의 도덕적 혼란은 극심하다. 작년에 연쇄살인사건에 의해서 이 사회가 얼마나 살벌하고 비인간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요즘 여중학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이 벌어져 성범죄자에 대한 중형을 가하는 법령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성범죄자에게 전자 팔찌를 끼게 하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사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 팔찌나 사형제도는 성범죄에 대한 일시적인 방지책일지는 모르나 완전한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미국사회를 뒤흔든 17세 소녀 챌시에 대한 성폭행과 죽음은 전자 팔찌를 차고 있다 풀린 성범죄자에 의해서 일어났다. 그에게 오래 동안 채워진 전자 팔찌는 그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그는 김길태처럼 출옥과 전자 팔찌에서 풀려나기만 기다렸다가 감시체계에서 벗어나자 바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사랑이 없는 강제적 성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의 인식과 살인에 대한 죄의식 및 양심적 가책 등이 뒤따라야 되기 때문이다.

연쇄살인사건이나 성범죄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남의 생명은 어찌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인명경시현상에 의해서 일어난다. 경찰은 강한 처벌법을 만들어 냄으로써 범죄자들을 격리하거나 징계하여서 범죄충동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범죄는 도덕적 또는 영적 영역인 양심이나 선심이 손상되어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나 책임감이 감소되거나 아예 사라져 생기는 것이다. 단순한 징계는 결코 상처 난 영혼을 치유하지 못한다.

현대인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양극화 현상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약자들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사회적 소외자들은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도 소외되어 정서적으로 고독한 상황에 있다. 각종 매체에서 쏟아놓고 있는 에로틱한 이미지들은 그들의 성적 욕구를 폭발직전으로 몰아가지만 그 것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

그들은 마약이나 술에 의해서 대체적 해소 방법을 찾아보지만 신통치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구원의 손을 내밀 신앙의 대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영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상태이거나 구원의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일 수 있다.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이 쓴 해양극 중에 “카디프를 향해서”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은 양크라는 선원인데 오랜 항해에 지쳐 항구에 도착하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는 육지에 도착하면 고향에 돌아가 작은 농장을 사서 친구 드리스콜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꾸미는 것이 소원이다. 그는 선상 위에서의 일들에 시큰둥해져서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결국 그는 계단에서 낙상하여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그의 치명상은 육지에 도착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마침 바다에 짙은 안개가 끼어 양크를 태운 선박은 한 발치 앞으로 움직일 수 없다. 모든 선원들은 죽어가는 양크를 도와줄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안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좌절시키는 주위의 환경이나 유전적 영향이 마치 운명처럼 개인을 휘감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양크는 그를 구원해줄 고향에 대한 꿈은 그가 상실한 신앙의 본향일 수 있다. 유진 오닐은 현대인의 비극적 요인을 외적 환경에 두기 보다는 내적인 믿음의 상실이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김길태는 술이 취한 채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죽이는 짐승보다 못한 짓을 저질렀다.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 때의 정신 상태는 인간 이하의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의 생명을 성적 도구나 노리개, 잔인성 해소의 실험도구로 여겨서 순진무구한 어린 생명을 장난하듯이 살해할 수 있다는 것에 경악할 뿐이다. 이에 대한 당국의 대처방안이 단순히 범죄자 한 사람을 징계하는 것만으로 완전하지 않다.

왜냐하면 수많은 잠재적인 김길태형의 인간들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물질본위로 흘러가는 한 선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공동선의 큰 흐름을 이루어가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가 물질과 말초적 본능을 우위의 가치로 두는 한 제2, 제3의 김길태는 언제든지 우리 사회의 뒷머리를 치는 괴물로 등장하여 영웅행세를 하며 휘젓고 다닐 것이다.

우리는 거친 바다를 뚫고 잃어버린 낙원이거나 잊혀진 선경인 정신적 고향의 정확한 주소를 찾아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양크처럼 먼 바다 한 가운데서 짙은 안개에 싸여 이리저리 방황한다면 우리를 구원해줄 비전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딜레마인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윌더니스 주간, 시인 (jkparkdj@hanmail.net)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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