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갯벌 생태와 開發

김 용 재(대진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몇 해전 갯벌 생태 체험을 위해 제부도를 찾았다. 짙은 바다 내음을 한 가슴 안고 제부도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갯벌이 참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좁은 자동차 길을 천천히 들어서면 여기 저기서 쭉 얼굴을 내미는 게, 조개 및 갯지렁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저것이 살아있는 갯벌 생태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이미지들은 뇌리 속에 잠시 잠깐 담겨 있을 뿐 제부도 바닷가에 들어섰을 때, 모든 좋은 이미지는 사라져 갔다. 어지럽게 몰려 있는 음식점과 숙박업소, 어지럽게 바닷가에 널려 있는 쓰레기, 그리고 갯벌 체험한다고 몰려다니는 관광객들... 어우러져 살아가는 갯벌 생물들 중 인간의 독성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며 오직 죽은 껍데기와 갯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주민의 호각소리만 갯벌 한 가운데 널려 있을 뿐이다.
갯벌이란 개펄, 갯뻘, 개뻘, 간석지, 간사지, 해택 등 다양한 동의어들이 사용되어 왔으며 최근 순 우리말인 갯벌이 일반화되었다. 갯벌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의 모래 또는 개펄로 된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조류(潮流)로 운반되는 가는 모래나 점토 등의 미세한 입자가 파랑(波浪)의 작용을 적게 받는 해안에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 지형으로 조수의 들고남에 따라 공기 중의 노출과 물 속에 잠김을 반복하는 지역이다.
이와 같이 갯벌은 육지와 바다 사이에 하루에 두 번씩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는 판이한 두 세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을 ‘갯벌’이라 하며, 이곳은 육상과 해양이라는 두 거대 생태계가 접하는 곳에 있어서 완충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연안생태계의 모태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갯벌의 종류는 해수유동이 심한 노출된 해안의 모래갯벌, 흐름이 완만하고 후미진 해안의 펄갯벌 및 혼성갯벌이 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수심이 얕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약 80∼90%가 서해안에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갯벌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고 이들 생물들에 의해 유기물이 생산되고 분해되는 자연생태계인 것이다.
갯벌에는 김 등의 해조류(海藻類)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영양염 흡수 기능을 가지며, 연안의 오염도를 낮춘다.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의 거름 작용을 함으로써 삼림과 함께 지구의 허파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식량확보 목적에 의해 고려시대부터 간척·매립되어 왔으며 1960년 이전까지는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이후부터 간척·매립 사업의 수는 감소했으나 강화, 인천 및 시화 갯벌 등과 같이 대규모로 간척·매립되었기 때문에 많은 갯벌의 훼손이 발생했다. 갯벌 감소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은 연안 생태계 파괴, 철새도래지 파괴, 연안 오염의 증가, 어획량 감소, 지역 공동체 파괴 및 미래 세대의 자원 훼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습지의 가치를 일찍 눈 뜬 선진국들의 갯벌 보존은 자연 상황에 맞는 보전법과 행정 체계를 만들어 연안 자연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총 갯벌면적의 2배 이상인 넓은 면적을 보전하기 위한 전담관리 체계인 국립공원 관리청 및 관리 사무소 등이 발달해 있고, 네덜란드는 자연 재해 방지와 주거지 및 농경지 확보를 위해 10세기부터 간척·매립을 해왔으나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등 주변 국가와 함께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연안역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목적으로 연안자원 및 환경의 이용과 보전을 위한 전략을 정치, 사회경제적, 과학기술적, 환경적, 문화적 요건을 고려해 수립하는 정책결정과정 및 생성과정’으로 정의되는 연안역의 통합적 관리 체계 중에 갯벌 보존을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은 농지와 산업용지 확보, 항만확장, 리조트 개발 등을 위해 간척·매립되어 60%이상 갯벌을 잃었다. 일본 역시 사라지는 갯벌 등의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미국과 같이 연안역 통합적 관리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갯벌 등의 자연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갯벌은 시화호에 이어 새만금 개발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호남의 민심을 위한 선거 공약으로 시작된 정치적 개발이었으며 이후 수질 등 환경문제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사업 이행과 중단을 거듭해 왔다. 2001년 친환경적 순차적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세계 최장의 33km 방조제 공사가 90%가량 진척되었고 거대 규모의 갑문 공사도 완공된 상태다.
이와 같은 사업에 대한 쟁점은 무엇인가? 우선 선거 공약시 순수한 농지 확보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그 문제점이 있다.
또한 80년대식 농지 확보를 위한 간척지 개발은 현재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그 타당성이 없어지게 된다. 물론 장기적인 목적으로 인구의 증가, 도시 건설 등으로 절대 농지는 잠식되므로 식량 안보 차원에 농지를 확보해 놓아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농지 확보를 위해 간척지를 개발한 곳에 농지로 활용되는 곳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용도 변경뿐만 아니라 농민에게 보조금까지 주며 쌀 농사를 짓지 않도록 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사업 주체인 농림부의 정당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며, 그 목적에 대한 대안으로 복합 개발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새만금 사업이 계속되자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고 농토가 갯벌보다 경제적 가치가 낮으며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고 환경단체는 제기했다. 환경단체와 종교계는 환경보존의 이유로 사업중단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에 맞서 전라북도민은 계속적인 개발을 주장해 오면서 논쟁은 증폭하게 되었다. 결국 논쟁은 법정에서 개발 중단이라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에 대통령은 공사는 계속하되 용도는 재검토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혀 왔다. 정부는 정책의 중심에 서서 어떤 방향이든지 확실한 방침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부는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시키데 만전을 기하고, 새만금을 마지막으로 향후 대형 간척 사업을 하지 않도록 타협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논쟁보다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만 우리 모두가 승자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미래의 우리는 다시 갯벌을 찾게 될 것이고 자연 생태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