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존(03) 경보의 의미=김 용 재(대진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그 옛날 암울한 시절 자정이면 통행금지를 알리는 소리가 우리의 귓전을 울렸고, 전쟁이나 각종 재해로부터 우리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1975년부터 시작된 민방공 훈련을 위한 경보는 강도와 횟수는 줄었지만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서 경보로 남아 있다.
이들 경보 중 일부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일부는 아직도 각종 재해로부터 보호와 복구를 위해 우리의 한편에 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에는 유형의 현상들에 대한 경보들보다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상들에 대한 경계를 위한 경보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변화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고 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수많은 자동차의 행렬이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 국도 등에서 달리고 있는 이들 자동차들은 매연과 보이지 않는 많은 오염물질을 내뿜는다. 모든 자동차의 창문들은 메케한 냄새의 매연이나 기타 오염물질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으로 꼭꼭 닫혀있다. 그러나 어떠한 오염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다.
이제 한 여름이 우리의 이마뿐만 아니라 온 몸을 땀에 젖게 한다. 이때면 어김없이 대도시 또는 그 주변에서 방송을 통해 그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경계경보를 발령한다. 신문의 지면에도 어느 시에서 경계경보발령이라는 큰 글씨가 우리의 눈앞을 가린다.
그것은 바로 오존에 대한 경보 발령이다. 우리는 그것의 독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존은 점차 우리의 입이나 코를 통해 가슴속으로 스며들며 우리의 건강을 야금야금 잠식해 갈 것이다.
오존(O3)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그리스어로 ‘냄새를 맡다’인 ‘ozien’에서 유래되었다. 오존은 대기 중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무색 또는 푸른색의 기체로서 자극적인 냄새가 있으며 공기보다는 약간 무겁고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것은 천둥이나 번개가 치는 동안 자연 발생하기도 한다.
맑은 날 바닷가에 가면 약간 비릿한 냄새나 맑은 날 숲 속에서 맡을 수 있는 상큼하면서도 약간 비린내 나는 듯한 공기가 바로 오존이며, 보통 우리가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오존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의 오존 발생원인은 도심의 오염물질이 강한 태양 자외선을 받아 광화학 반응에 의한 것이다. 즉 오존은 자동차의 배기 가스인 질산 화합물(NOx), 탄화수소(HC), 메탄, 일산화탄소 등과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여름 한 낮의 강한 태양 빛에 의해 광분해 되어 산소 원자(O)를 분리시키며 이것이 대기 중의 산소 분자(O2)와 결합하여 생성되는 것이다. 오존은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진 기체로서 이것을 ‘생명을 지켜주는 오존과 피해를 주는 오존’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생명을 지켜주는 오존으로서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오존의 90%는 지상 약 10-50km 사이에 있는 성층권내의 오존층에 밀집되어 있다.
이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에 파장이 짧고 에너지량이 많은 자외선(UV)을 95-99% 정도 흡수함으로서 지구상의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오존층이 없다면 태양으로부터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이 직접 지표면에 도달하여 인간의 피부나 식물의 표피에 직접 닿음으로서 피부암을 일으키고, 식물의 광합성 기능을 저하하는 등 생태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지구의 옷으로 작용하는 오존층은 1970년 이후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 원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수품인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제, 헤어 스프레이용 분무제 등으로 쓰이는 프레온 가스류(염화불화탄소:CFCs)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성층권의 오존층이 1% 감소함에 따라 자외선 량은 2% 증가하고 인간의 피부암이나 백내장 등은 4%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자외선의 량이 증가하는 한 낮에 외출할 때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은 큰 모자와 색안경을 껴야하는 불편한 생활을 해야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물질인 냉매제, 분무제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왔으며,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보호하기 위해 프레온 가스의 사용량을 줄여야 하며 그것에 대한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할 것이다.
또한 오존층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UNEP(유엔환경계획)에서 1985년 3월에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 협약, 1987년 9월에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2월에 가입하였다.
둘째, 피해를 주는 오존은 지표로부터 10km 이내의 대류권에 약 10%가 존재하고 있다. 오존은 강력한 산화력이 있기 때문에 적당량이 존재할 때는 살균, 탈취 등의 작용으로 인간에 이롭기도 하다.
그러나 일정 농도 이상 높아진 오존은 호흡기나 눈이 자극을 받아 기침이 나고 따끔거리며 불안감과 두통, 가슴압박, 시력감소 등을 발생한다. 심할 경우 폐 기능 저하, 폐혈증 등 인체에 피해를 주고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를 가져온다.
도시의 도로변에 오존 농도를 포함한 대기오염에 대한 정보가 표시되는 전광판을 볼 수 있으며 대기 중 오존농도가 높아지면 시민들에게 경고를 해야한다는 등의 방송도 들을 수 있다.

경보에서 자유롭지 않은 포천

이것은 최근 급속한 차량의 증가와 정체, 냉난방기의 사용, 산업시설들로부터 발생되는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오존 경보제는 일정 기준 이상 높게 나타났을 때 경보를 발령함으로써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 환경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7월부터 서울시를 시작으로 실시하였다. 이후부터 여름에 맑고고 햇빛이 강한 날 서울 및 경기 남부지역에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어 왔으며 매년 지역뿐만 아니라 발령시간, 발령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북부지역의 의정부, 남양주시에서도 발령된 바 있으므로 포천 지역도 오존경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멀지 않은 날에 발령될 것이다.
이와 같은 오존의 경보는 단순한 인체의 영향에 대한 경고보다는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오존 등 보이지 않는 지구 환경의 모든 요소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자연) 모두에게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인간의 일상 활동에 의해 그 양과 질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보존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의 양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며 결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오존의 경고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