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균 원(대진대 학보사/방송국 주간) 영미 연합군이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와 바그다드 시가전을 시작했다. 세계의 여론은 대체로 이라크 침략 전쟁이 매장 석유에 대한 이권과 아랍권에 대한 통제력의 확보를 위해 강행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라크 국민의 해방이라는 미국의 명분은 오폭에 따른 민간인의 참화가 속속 보도 되면서 빛을 잃고 있다. 이 전쟁은 부시 행정부의 탐욕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적 침략이면서 정치적 행위인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전쟁은 부시 행정부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태도의 구체화라는 측면에서도 조명될 필요가 있다.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는 패권주의적 대외 정책들의 이면에는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문화적 우월성에 대한 집착의 징후가 포착된다. 대 테러 정책에 관한 발언들에서 부시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에 의거해 자신을 선의 수호자로 내세우고 있다. 이 구도에서 그가 지목하는 테러 지원국은 악의 화신이어야 하고 마땅히 제거되어야한다. 최근 미국의 몇몇 언론은 부시의 종교적 신앙심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부시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조용한 곳을 찾아가 성경을 읽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종교적 헌신성은 이라크 침략에 대한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데 어떻게든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에 의해 백악관에 들어온 새로운 종교성이 비록 함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악에 대한 선의 징벌이라는 의미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행하는 폭력은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소위 불량 국가들이 행하는 폭력은 테러리즘의 맥락에서 접근하는 태도는 자가당착적 모순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이 이중적 잣대에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태도는 그들이 내 것과 네 것이라는 이분법의 구도에서 내 것의 우위를 확신하는 데서 형성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문화적 태도의 근간에 부시의 종교성이 자리하고 있다. 부시가 행하는 여러 전쟁 관련 언급들은 그가 마치 기독교 문명의 대변자로서 그야말로 성전에 임하고 있다는 믿음들을 곳곳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이번 전쟁이 지형적 침략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침략이기도 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든다. 이번 이라크 침략 전쟁에서 부시 행정부가 드러내는 이러한 문화적 태도는 기독교 문화권 밖의 모두를 배척하려는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종교적 태도가 과연 전 세계 기독교도들의 태도 그리고 기독교의 근본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이 점에서 교황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의 즉각 중지를 촉구하고 나서고 여러 미국 내 지식인들과 언론들이 부시의 종교적 성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선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미국에서 국가를 통치하는 일은 속인의 일이지 종교인의 임무가 아닐 것임에 틀림없다. 파병 동의안이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북한 핵문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전략상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필요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현 정부가 암묵적으로 취하고 있는 문화 우월주의에 대해서도 심각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간 동맹 관계가 현실의 이익에 토대를 두고 있더라도 서로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지 않는 한 그 관계는 언젠가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부시 행정부의 문화적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은 여전히 악의 축이며 우리는 그 이웃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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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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