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언론에 거는 기대

양 균 원(대진대 학보사/방송국 주간)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공화국(Republic)에서 철학자의 통치를 받는 이상적 국가의 전망을 제시하면서 질서의 유지를 위해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호머의 시 구절들을 스스로 흥얼댈 정도로 사랑했으면서도 시인을 배척했던 이유는 시가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막대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플라톤의 견지에서 보통 사람들은 세상의 혼돈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약점을 지녔는데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보다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들 속에 있는 진리에 대한 열망을 고무하기보다는 이 약점을 이용한다.
동일한 물체를 물에 넣어 바라보면 휘어 보이고 꺼내보면 반듯해 보인다. 플라톤은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이 착시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진실이라고 왜곡하는 시인을 철학자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대통령과 일부 언론사 사이에 있어온 그간의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일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대중 사회에서 언론은 일반 사람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표출하는 창구로서 그 역할이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언론이 국민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군사 정권에 맞서 투쟁해왔던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언론이 여론 형성의 주체적 역할을 무기화함으로써 집권 세력과 유착하고 상업 광고의 경쟁적 수주를 통해 이윤을 추구해왔던 것을 기억한다.
현재 일부 언론사는 족벌 체제로 세습되고 편집권이 사주에게 종속되어있으며 사세의 유지를 위해 불법적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일부 언론들을 중심으로 요즘 제안되고 있는 보수의 이념은 당면한 언론 개혁에 대한 공세적 방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언론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류가 개혁적 성향을 가진 세력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허탈감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 ‘건전한’ 보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재집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 화해와 협력의 측면보다는 불신과 전쟁 발발 가능성의 측면에 더 비중을 두고 논조를 펼치는 경향을 보인다. 보수는 그 자체로서 절대선은 아닐지라도 사회의 정체성을 유지해가는 데 필수적인 게 분명하다.
한 마리 새가 제대로 비상하려면 좌우 양 날개가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다. 보통의 국민들이라면 개혁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스스로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자칭 보수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현장을 살아가면서 개혁을 부르짖을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왕왕 경험할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보수인가?
문제는 무엇이 진정한 보수이냐이다. 진보와 보수의 구도 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개혁의 당위성을 희석하고 수구의 몸짓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문제인 것이다. 때로 안내자는 있어서 없는 것만 못할 수 있다. 시를 너무나 사랑해 시를 추방하기로 했던 고대 철인처럼 우리는 혹시 이제까지 안내자를 자임했던 언론을 추방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언론은 진리를 창조해내거나 가르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사설과 논설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주장들 가운데 우리가 할 일은 일단 뒷짐 지고 먼 산을 쳐다보는 일일 것이다. 그 주장들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우리 스스로의 이성과 진리에 대한 추구에서 비로소 언론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