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送金에 대한 발상 전환

대진대 행정학과 김정완 교수

현대그룹이 사업권 획득을 위해 북한에 송금한 5억불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당사자와 청와대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위법한 사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회장단이 북한의 7대 사업에 대해 향후 30년간의 사업권을 보장받기 위해 투자한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더 나아가 대통령도 자신의 비서실장과 외교안보특보를 대동하여 해명과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야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송금규모 송금경로 정부특혜 여부 등 모든 사항을 소상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위해 특검제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향후 법안처리와 관련하여 정치적 마찰이 불가피하고 국론 불안과 함께 대북관계도 상당기간 동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통령 거부권이 인정되고 있는 법체계하에서 특검제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도입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도입된다고 해도 완전한 진상규명 또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대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북송금에 관한 논의가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검제 도입을 통한 법적 판단보다는 민족적 정치적 경제적 관점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북송금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법보다는 국익이 평가기준이 되어야

현행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현행 법체제하에서는 북한은 반국가단체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모든 접촉은 불법 행위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 단절할 수 없는 것이며 또한 그 동안 다양한 교류와 경제적 거래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는 법 이전에 민족과 국익의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용인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대그룹의 대북송금 문제도 관계법령에 의한 사법적 판단보다 과연 국익과 민족화합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사법당국은 대북거래 자체에 대해서는 자제하는 대신에 조성된 자금이 국내에서 변칙 운용되었는가를 조사해야 한다. 현대그룹이 조성한 자금 일부가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유용되었지는와 정몽헌 회장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사용되었는가를 밝히는 데 그쳐야 한다. 그 간 검찰의 조사결과 이러한 비리는 발견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대북송금은 기업의 투자행위로 보아야

현대그룹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이상 대북송금에 있어 무엇보다도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것이다. 북한에 송금한 금액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현대아산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법적 책임이 아닌 자본주의 속성상 경제적 책임이 될 것이다. 현대그룹은 향후 5억불 이상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대북송금을 감행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발주하는 주요사업에 대한 개발권을 향후 30년간 보장받았다는 점은 경제적으로 과소 평가할 수 없는 점이다.

특정정권과 연계를 결부시키지 말아야

대북송금과 관련한 야당의 주된 논조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뒷거래 자금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이 기자회견에 밝힌 바에 의하면 정회장이 북측에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한 후 북측이 수락하자 남측에 제안하여 성사되었다. 이를 통해서 다행히 대북송금이 정상회담의 대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정회장도 밝혔듯이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성사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정상회담으로 대북경협에 있어 현대그룹의 입지도 강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공생관계는 대외경제에 있어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사례이다. 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정부가 도움을 주기도 하고 국가간의 교류증진을 위해 기업이 교량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거래 당사자인 북한에 대한 고려 있어야

대북송금은 현대그룹이나 국내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다.
상거래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의이다. 북한은 우리와 정치이념 법체계 경제시스템에 있어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가 대북 송금규모 송금루트 사용처 등을 밝혔을 때 북측 당사자들은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북한은 당장 남북교류에 있어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그 동안 쌓아 놓았던 신뢰가 훼손되고 현대그룹의 투자회수 또한 불투명하게 될 것이다. 대북교류에 있어 상대방의 제도와 입장을 존중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