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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3] 중학생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2월 20일
↑↑ 김성렬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주)포천신문사

요즘 중학생들이 사회면 사건․사고 기사의 핵심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졸업시즌을 맞아 이들이 벌인 졸업 뒤풀이의 일탈성은 일반인들의 혀를 차게 하는 수준을 넘어 어안이 벙벙한 충격을 준다. 일산에서의 알몸 뒤풀이는 그래도 약과이고 제주도에서는 헤엄도 못 치는 학생들을 으슥한 항구 모퉁이 바다로 몰아넣었을 정도로 상상키 어려운 행패가 벌어진 것이다.

사실 중학생들의 이러한 문제적 일탈은 최근에 비롯한 일들이 아니다. 동료학생들을 벗겨놓고 때리거나 가학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 문제가 된 적은 이전부터 종종 있었고, 선배의 말을 안 듣는다거나 선배의 이성 친구를 가로챘다고 해서 폭행하다가 피해학생이 죽음에 이른 경우조차도 심심치 않게 있었으며,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도 더러 보도로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이번에 학생들의 지나친 졸업 뒤풀이로 법석을 떠는 것은 그간 중학생들이 드러낸 일탈 행위들을 생각하면 뒤늦은 요란을 떠는 감이 없지 않다. 한 일간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요즘 학교폭력은 광역화/네트워크화/조직화하는 양상이고 중학생들의 폭력 사건이 69%를 점할 정도이며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학생들도 이러한 폭력 행위에 아무런 의식없이 가담하고 있다고 하니 문제의 뿌리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문제의 간단치 않음을 생각하면 해결을 위해서도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들어야 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우리 모두가 애써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 중의 하나로 중학생들의 일탈적 행위를 목록에 넣어야겠고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들이 대거 참여하여 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일이다. 이 짧은 글에서는 나름의 응급처방이라 생각되는 내용을 적는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등학생들도 있건만 하필 중학생들이 사회문제화 할 정도의 폭력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대체로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 사회는 입시과열로 인한 지나친 경쟁이 학생들에게 순간적 일탈을 부추긴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홀한 인성교육의 부실 등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이는 물론 합당하고도 중요한 분석이다. 오늘날 자원도 빈약한 한국이 신흥국가의 제일 앞 열에 선 것도 우리들의 압도적 교육열인 탓인 것은 물론이지만 그 때문에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가히 세계적 수준이 아닐까 짐작되는 것이다. 더구나 중학생 시절은 이른바 사춘기와 겹치는 시기이다. 사춘기는 남녀 불문하고 성장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잉여 에너지가 남기 쉬운 시기이고 정신적으로도 자신의 주체성을 정립하느라 좌충우돌하기 쉬운 시기인 것이다.

이런 탓에 자기를 인정받고 현시하느라고 작은 짐승과도 같은 충동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학생들인데 이들을 입시라고 하는 가혹한 경쟁의 우리 속에 일괄적으로 몰아넣어 놓으니 이런저런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겠다.

그러나 이처럼 널리 이해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데에 중학생들이 드러내는 무규범적 일탈의 문제성이 있다. 언제까지 점점 더 일탈적으로 되어가는 졸업 뒤풀이를 지켜봐야 하며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 이들의 방향모르는 폭력성을 용인해야 할 것인가. 요즘 학생들은 어른들이 다니는 장소에서도 태연히 담배를 빼어 물고 있기도 하고, 교복을 입은 채로 서로 부둥켜안고 버스를 기다리는 남녀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화장깨나 하고 교복도 미니스타일로 고쳐 입은 학생들도 더러 보이기도 한다.

시대가 달라지긴 했지만 상식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들인 것이다. 이런 지적을 나이 먹은 쉰세대들의 노파심이나 꼰대들의 권위주의라고 치부해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들의 공교육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이 어제 오늘 들려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입시과열과 그로 인한 지나친 경쟁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해주는 것이 참으로 요긴한 문제해결의 제일 과제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닌 듯하다. 현 정부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온갖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입시경쟁을 줄일 제일 좋은 방안은 고등학교나 전문대만 졸업하더라도 나름의 기술이나 기능으로 웬만한 중산층으로 편입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살인적인 입시경쟁이 덜하지 않을까 한다. 그 다음으로 욕설과 폭력이 넘치는 영화, 남을 비하하고 심지어 학대하는 방식으로 웃을 이끄는 소위 예능 프로를 만드는 이들이 그들의 대중적 파급력을 분명히 의식하고 좀 더 순화된 창작물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우리들의 관례나 풍속의 차원에서 다시 어른들이 어른들로 대접받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은 집안마다 아이들 수도 적고 너무 귀하게 키우다 보니 아이들이 어른들에 대한 예절이나 공경의식이 너무 희미해져 있다. 또한 한국사회는 기존/기성의 권위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지켜져야 할 권위들을 스스로 약화시킨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부권의 현저한 약화로 대변되고 있는 터인데 남녀평등의 시대라 하지만 존중받아야할 아버지의 권위가 사회 전 부면에서 살아있으면 요즘 같은 일들도 덜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김성렬 / 문학평론가,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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