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개정 요구 확산

여중생 2명의 죽음을 부른 미군장갑차 운전병과 관제병에 대한 무죄 평결은 세계 어느나라 법정에서도 나올 수 없는 판결이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런데도 미군장갑차를 운행한 미군은 죄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미군이 이같은 판결을 내리는데는 불평등한 한미주둔군협정, 즉 SOFA협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세계 각국에게 인권을 보장하라고 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 국민의 인권 침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이다.

미국 최고 통수권자인 부시 대통령은 여중생의 죽음이 단순한 미군의 공무상 죽음이 아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 국민은 2명의 여중생 죽음에 대한 무죄판결이 결국 잘못된 SOFA협정이 불평등하게 체결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한국에 주둔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생각에 한국 국민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양주군 효촌마을에서 여중생의 죽음을 부른 사고에서 근본적인 SOFA협정 개정과 미국 부시 대통령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물론 종교단체, 어린학생에 이르기까지 미군법정에 의한 무죄판결은 원천 무죄이고 국내 법정에서 반드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위의 양상이 서명운동에서 매일 저녁 촛불시위로 이어지고 있으며, 사찰과 교회 등 종교단체도 항의 및 규탄 타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거리시위에 나서지 못하는 국민들은 매일 저녁 10시와 정오를 기해 백악관, 미 국방부, 미 대사관, 주한미군사령부를 대상으로 사이버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측과 협상을 전제로 SOFA협정 개선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SOFA협정의 독소조항은 그대로 둔채 단순히 운용상의 개선만으로 불평등을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개선책의 핵심은 미군관련 범죄인 경우 범행현장에 대한 한국 수사당국의 접근과 용의자 또한 목격자 등에 공동조사로 초동수사 과정에 한국측 참여를 강화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동안 미군범죄가 발생해도 한국 수사기관이 현장에 접근할 수 없고 용의자 접견조차 못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선안에는 시민단체나 주민이 요구하는 우선 재판권에 대해 언급이 없다. 결국 SOFA협정 중 가장 불평등하다고 지적되는 형사재판권 관할 문제는 언급이 없다. 공무중 미군의 범죄는 미군이 1차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으며, 한국측 재판권행사 자체도 미국에 요청할 경우 재판권 이양을 호의적으로 고려하도록 되어있다.

더 나아가 협정은 한국측이 재판권을 갖는 경우에도 특별히 중요한 경우가 아니면 미군의 요청에 따라 포기 하도록 되었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에 있어서 수사와 재판을 모두 미군이 행사하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SOFA협정을 재개정하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반미감정이 확산될 것은 자명한 논리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미주둔군협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