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는데, 아직도 추운 겨울날씨이다. 얼마나 예쁜 봄꽃을 피우려고 이번 겨울은 그리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렸는지, 더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지 라디오에서 노란 봄꽃인 수선화 이야기를 한다.
꽃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져서 들어보니, 수선화 꽃잎을 따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 말린 후 차로 우려 마시면 좋다는 ‘수선화 차(tee)'에 관한 정보였다. 문득 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수선화 화분이 궁금해졌다.
그 수선화는 베이비 문(Narcissus junguilia 'Baby Moon')이라는 품종으로 ‘푸른누리’(식물원수목원협회)라는 책자에 나오는 낱말퀴즈 정답을 보내 선물로 받은 것이다. 시중에 흔하지 않은, 꽃이 작게 피는 미니수선이다. 베란다에 가보니 벌써 한 뻠 정도나 잎이 나와 있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꽃피는 봄이 오긴 오는 구나.’
수선화(水仙花)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가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이른 봄에 잎이 먼저 땅을 뚫고 나와 푸른 봄기운을 불어놓고, 노란 꽃을 피워 부지런히 봄소식을 알린 후 여름에는 땅속에서 깊은 잠을 잔다. 꽃모양은 독특한데, 6장의 꽃잎과 그 가운데 술잔모양을 한 부화관(副花冠, corona/trumpet)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란색 부화관에 하얀 꽃잎의 꽃을 보고 금빛 술잔에 은빛 받침이라하여 금잔은합(金盞銀盒)이라 부르기도 했다.
수선화는 꽃잎과 부화관의 형태에 따라 11가지로 크게 분류가 되는데, 각 분류마다 다양한 품종이 있다. 그 중에서도 꽃시장에서 흔히 보는 것은 나팔수선(trumpet narcissus)에 해당하는 더취마스타('Dutch Master')와 키작은 난장이수선화인 떼떼아떼떼('Tete a Tete')이다.
한번은 벌보코디움 수선화(N. bulbocodium)를 씨앗으로 번식을 해본 적이 있는데, 씨앗을 뿌린 후 3년 만에 꽃을 피워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이 수선화는 후프패티코트(hoop petticoat: 서양에서 치마를 퍼지게 하는데 썻던 버팀 살대)의 모양을 닮은 것이 특징인데 꽃잎이 매우 가느다랗고 부관이 비대해 마치 통꽃인 것 같다. 크기도 아담하여 암석원이나 알파인하우스에 심기에 적당한 종이다.
수선화과 식물은 대부분은 구근에 알칼로이드 성분의 유독물질이 있어 먹지는 못하고 바르는 용의 약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타박상이나 손가락이 삐어 부었을 때 풀처럼 개어 붙이거나 계란이나 밀가루 반죽으로 붙였다는 민간에서 내려오는 치료법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치매 치료에 쓰이는 갈란타민(galanthamin)성분이 수선화에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한 스코트랜드의 회사에서 알츠하이머(Alzheimer) 치료약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THE COMPLETE ENCYCLOPEDIA OF HERBS, NICO VERMEUKEN)
‘수선화’하면 꽃도 꽃이지만, 영어시간에 배운 오래된 팝송도 떠오른다. 브라더 포(The brothers four)의 일곱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 소박한 사랑고백의 노래, 수선화가 피는 것을 기다리며 그 노래를 한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