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추웠던 겨울. 아직 응달에 녹지 않은 눈이 바짝 얼어 있어 이미 입춘이 지나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봄으로 가는 길은 올해도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을 모양이다. 하지만 그 매서운 길목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매화나무를 보게 된다면 우리는 봄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2월이 되면 양지 바른 장독대 옆, 앙상하게 휘어진 나뭇가지가 차가운 바람을 비웃듯이 희고 붉은 꽃옷을 입기 시작한다. 눈부신 그 자태에 은은한 향이 더해지면 나긋하고 향긋한, 설익은 봄에 얼큰하게 취해 겨울 새 거칠고 딱딱하게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저도 모르게 너그러워 진다.
돋보이는 꽃은 아니지만 추위에 굴하지 않고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굳은 결의, 그 강인함과 동시에 예로부터 수많은 그림과 시에 등장할 만큼 화려하고 우아한 선의 이중적인 매력을 뽐내는 꽃나무다.
단원 김홍도가 빈번하게 끼니를 걸러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 마음에 드는 매화를 발견한 김홍도는 마침 그림을 그려주는 것으로 3천 냥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3천 냥 중 2천 냥으로 그 매화를 사고, 8백 냥으로 술을 사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그 매화를 감상했는데, 이 때의 술자리를 매화음이라고 한다.
이 때 남은 돈으로 쌀과 나무를 샀는데 그게 채 하루 지낼 것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역시 얼마나 매화에 취해있었는지 알 수 있다.
비록 삶이라는 것이 고단하고 배고프지만 꽃이 아름답고,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위와 칼바람 속에서도 봄이 오는 것을 의심치 않고 꽃피우는 매화나무처럼…. 우리가 우리 인생의 겨울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꽃피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주)포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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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 왕안석
담 모퉁이의 매화 몇 가지 추위를 이기고 홀로 피었네.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나니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