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음력 12월 13일) 수요일 날은 우리 외할머니의 팔십 번 채 맞는 생신이다. 오래 전부터 엄마 아빠는 외삼촌들과 이모들이랑 전화를 주고받으며 외할머니의 팔순잔치에 대하여 의론하고 함께 준비를 하셨다. 이제 3일만 지나면 충청남도 홍성으로 보고 싶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뵈러 가는데 오늘 아침 일찍, 홍성에 살고 계신 작은 외삼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따르릉~” “여보세요...... 왜?...... 우리가 사는 곳은 시내라 축산 농가도 없는데?...... 목욕하고 소독약 뿌리고 갈게...... 차? 도로에서 왕래하는 차들에게 모두 소독약 뿌려서 방역 해...... 생각 해 볼게.”
전화통화를 마치신 엄마께서 한숨을 푹푹 쉬셔서 왜 그러시냐고 여쭈었더니 “작은 외삼촌께서,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홍성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구나. 몇 년 전에 홍성에서도 구제역 때문에 놀란 일이 있는데, 이곳 포천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니까 혹시 바이러스를 묻혀 가지고 홍성에 갈까봐 걱정하시나 보다. 외삼촌댁도 외삼촌댁이지만 주위에서 소를 키우는, 외삼촌 친구들이 우리가 포천에서 살고 있는 것을 빤히 알고 있어서 내려가게 되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오지 말래.” 하셨다.
우리는, 홍성에 가면 75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작은 외삼촌 댁에 가는 것이 아니고 읍내에 있는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포천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홍성에 오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엄마 뿐 아니라 나도 많이 섭섭했다.
그렇지만 TV를 통해, 어느 마을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주변의 건강한 소들까지도 모두 살 처분되어 큰 피해를 당하는 것도 봤으며 전염성이 강해서 신종플루 만큼이나 주의해야하는 가축 전염병이란 것도 알고 있다.
얼마 전에 TV에서는 이곳 포천지역에 발생한 구제역은 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에 의해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으며 포천신문의 어느 시민기자께서는 고라니 등의 야생 초식동물에 의해 발생, 전염됐을 수도 있으니 조사 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든 저렇든 결론은 사람에 의해서든 야생동물이나 가축에 의해서든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섭섭한 마음을 달래며 엄마께 말씀드렸다.
“엄마, 만약에 우리 가족이 홍성에 가서 외삼촌이나, 축하 해 주러 온 외삼촌 친구들을 만난 후 그 마을에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우리 입장이 어떻게 될까요? 외삼촌 말씀을 섭섭하게만 듣지 말고 미리미리 방지하자는 것이니, 우리를 위해서라고 생각하시면 안 될까요?”
결국 우리는, 외할머니의 팔순잔치에 못 가게 되고 말았다. 산업의 발전과 함께 발맞추어 시작 된 환경오염은 사람에게 신종플루 등과 같은 새로운 질병에 걸리게 하더니 가축들에게까지 심각한 전염병을 퍼뜨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