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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지자체 축제, 實한가 虛한가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1월 26일
↑↑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교수
ⓒ (주)포천신문사
요즘은 지방시대다. 지방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너도 나도 서울로 몰려와 서울이란 공룡도시를 만든 한국인들에게 ‘지방시대’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기껏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더니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수도권 지자체장들과 이곳에 자산이 많은 자들은 경쟁력 운운하면서 오히려 대도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야단이다. 그들은 현대의 포스트모던적 분산지향의 흐름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집중한 만큼 분산해야한다는 시대의 대세는 막을 수 없다.

한국은 수도권의 비대증으로 엄청난 몸살을 앓아야 그 심각성을 깨달을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만큼 지방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지방으로 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지자체장들은 너도 나도 지방축제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참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알맹이 없는 축제를 양산하는 것은 그 지방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는데 걸림돌이 된다. 축제의 컨텐츠는 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참여해야 비로소 축제의 자발성이 생기고 진정한 축제성이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축제를 살펴보면 무엇이 진정한 축제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서 널뛰기, 연날리기, 불꽃놀이, 연날리기, 줄당기기, 씨름, 제기차기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축제를 즐겼다. 비록 규모가 작을지 모르지만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마을 단위의 축제였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축제들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축제의 장르를 개발하고 진행의 규정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자발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전통적인 축제는 상업자본이 전문성을 주장하면서 주민들을 객체로 전락시키는 요즘의 축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것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요즈음의 지자체 축제에서 부족한 부분은 그 축제의 내용을 전문업자들이 상업적인 측면에서 만들기 때문에 지방마다의 특색이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어 형식과 내용이 비슷하고 별 재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에 태백시에서 주최하는 눈꽃축제를 준비하는 현장에 다녀왔다. 이미 차려놓은 잔칫상보다 준비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축제의 속사정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내 중앙로에는 수많은 조명탑이 세워졌는데 언젠가 서울시청 앞에 세워졌던 밀레니엄 조명장식과 비슷한 문양으로 눈꽃을 상징하고 있었다.

이런 시설들은 창작물이라기 보다 상업적인 에이전트들이 축제에 관련된 준비시설을 수주하여 설치한 것으로 보여졌다. 태백산 입구의 주차장 공터에 얼음조각을 만드느라고 분주한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눈을 집적하여 크게 쌓아올린 후 단단하게 얼린 상태에서 조각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직접 조각하는 형식이었다.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나 동화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궁전, 얼음집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얼음 조각은 언젠가 하얼빈의 얼음축제에서 보았던 조형물을 닮았고 시민 차원을 넘어서 대형 기계를 동원해야하는 차원의 것이었다. 물론 관광객들의 눈요기를 시켜주려면 전시물들이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겠지만 그 조각물에서 시민들의 상상력이나 지방의 독창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태백시는 눈꽃축제에서 천혜의 태백산의 자연적 자원을 이용하기 보다는 시내에서 볼거리, 먹거리에 더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나는 친구들과 시내에서 벌어지는 천편일률적인 장면을 뒤로하고 하얀 눈으로 뒤덮힌 태백산으로 향하였다. 태백산은 인위적인 조각이나 조명보다 훨씬 아름다운 눈꽃과 설원을 보여주었다.

태백산의 정상에 가까울수록 산등성이를 타고 트랙킹하는 코스는 곳곳마다 태백산맥의 백두대간들이 사방으로 펼쳐지며 왜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했는지 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관목이 듬성듬성 모여 있기도 하고 몇 천 년의 고목들이 마치 조각 작품처럼 의연하게 서있었다. 나는 고목의 숭고함에 빠져 이렇게 노래하였다.

“태백산 아래 눈꽃 축제로/분주한 인간들이여/계절이 지나면 사라질/눈꽃에 눈이 팔려/저 버려진 고목을 잊으려는가/사방으로 뻗어가는 태백산맥의 역사를/물끄러미 쳐다보는 무언의 고목은/그대들의 무의미한 축제를/기꺼이 외면하리라”

필자는 태백산을 오르면서 태백시 눈꽃축제의 본질은 시내에서 만들고 있는 인위적 조형물에 있다기보다는 태백산의 천혜적 자연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태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전경을 보면서 눈꽃축제는 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져하고 천제단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제의를 거행함으로써 태백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 바 있다.

각 지방의 축제는 지방재정을 채우기 위해서 상업적 계산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지방의 독특하고 전통적인 장르가 무엇인가를 연구해야한다. 거기에 덧붙여서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지방의 독특한 먹거리, 볼거리 등을 개발해나가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지자체의 축제가 다양해지고 독창적이 되어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유입되고 지자체 재정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윌더니스 주간, 시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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