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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3] 마음에 빛을 비추는 사람들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26일
↑↑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 교수, 시인, 컬럼니스트
ⓒ (주)포천신문사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비인간적인 면을 노출시키고 있다.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존을 위한 취업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최근 어느 일간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대부분의 회사들이 장애인들을 고용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에게 오히려 쉽게 취업할 수 있는 부가점수를 주어 자립이 가능하도록 제도화시키고 있다. 이런 정책은 집안에 갇혀있기 보다는 사회 속에 참여시키고 공헌할 수 있는 복지 사회의 모델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사회는 가정에서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수치로 알고 사회에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닫힌 사회의 면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장애인은 사법연수를 들어가는 것을 연기하였다고 한다. 연수원에 장애인의 시설이 전무하고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자료가 점자로 준비되지 않아서 연수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고도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능력 있는 자들이 축적한 부귀와 권력을 자신보다 약자를 위해서 사용할 때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능력으로 권력과 재력을 누리는 자들이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축복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결핍된 자들을 위해 나누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모면할 수 없다. 약자 중에서도 장애인들은 능력 있는 자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정상인과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게임의 형평성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 가정에서 성인보다는 유아에게 모든 점에서 안전과 영양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듯이 사회에서는 장애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달 동안 ‘마음에 빛을’이란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들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것이 매우 두려웠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채 살아온 세월의 무게로 얼마나 암울한 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앞서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서로의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가 시작되자 그들이 너무나 해맑은 마음을 소유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함께 가곡을 부르고 시상을 잡아서 시를 지어 낭독하였다. 나는 세속에 찌들지 않은 그들의 마음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 다만 사회가 그들을 껴안아 주지 않았기에 그들의 마음이 적대적인 사회에 대해서 문을 열 수가 없을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발성을 가르치고 가곡을 시적 감흥에 맞추어 부름으로써 시에 대한 친화감을 체득하도록 노력하였다. 나의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가 섞여서 하나의 화음을 이루기 시작하자 그들은 나를 정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포옹을 하는 것이 나눔의 공동체를 이루는 첩경이라고 믿는다.

장애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은 역시 그들의 어머니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어머니는 장애인이 된 자식을 위해 뼈를 깎는 헌신과 사랑을 바친 자이기 때문이다. 내 강의를 듣고 있는 시각장애인 문인인 노을(김경식) 시인은 그가 가장 의지하는 안내견을 항상 데리고 다닌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어머니”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당신의 아들로 태어나 50년을 살아오는 동안 / 제게는 너무도 보배롭고 값진 사랑으로 / 당신의 모습이 고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 당신은 늘 제 앞에 죄인이라시며 / 고개 한번 제대로 들지 못하시는데/제게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너무도 소중하고 벅찬 고마움입니다 / 당신의 눈물겨운 사랑이 아니라면 / 당신의 그 아픈 희생이 아니라면 / 오늘날 제가 어떻게 이렇듯 / 당당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서 있을 수 있었겠는지요 / 어머니 당신은 제 인생의 숨은 조력자시며 /무엇으로도 못 다 갚을 은혜의 젖줄이십니다 / 가족의 끼니조차 막막한 가난에서 / 나날이 짙어가는 아들의 병색을 바라봐야하는 건 / 죽음보다 더 처절한 눈물이었습니다 / 못난 아들의 병원비다 학비 마련하느라 / 어머니 당신은 편한 잠 한번 제대로 못 이루셨습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하려고 하지만 장애인의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은 더욱 애처롭다. 노을 시인이 절규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은 모성애와 같은 진실한 사랑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고 거리에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리라. 장애인을 포함해서 어려운 자들을 위한 행사도 곳곳에서 열릴 것이다. 불우한 이웃에 대한 자선행위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단순한 동정심의 발로이거나 일회성의 치레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당당한 시민으로서 사회가 수용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이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박정근 / 대진대 영문과 교수, 시인, 컬럼니스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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