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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 에세이=2]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과 한반도 통일염원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17일
↑↑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 교수, 시인, 컬럼니스트
ⓒ (주)포천신문사


현재 독일은 통독의 상징적 사건인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기념하는 행사로 분주하다. 갈라졌던 민족이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아무리 튼튼한 장벽이라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기에 우리는 히틀러 치하의 나치정권으로 인한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세계대전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축하를 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어쩌면 수많은 동독인들이 목숨을 걸고 장벽을 넘는 모습에서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인류 전체의 승리라고 믿기에 한 국가의 잔치에 대해 온 인류가 기쁨의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리라. 축하 세리모니는 장벽을 도미노로 만들어 붕괴의 순간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민주진영이 공산주의로 넘어가는 원래의 도미노를 오히려 패로디하여 장엄한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냄으로써 세계인들의 탄성은 자아내었다.

하지만 우리 한반도의 현실은 어떠한가. 11월 10일 있었던 서해교전의 뉴스가 TV 스크린과 신문사설을 도배하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권의 초기부터 조성되었던 남북관계 경색현상이 조금 풀리는가 했더니 다시 우리의 북한에 대한 의심의 물결을 크게 출렁이게 한다. 물론 남한의 NLL에 대한 경계는 분명히 지켜나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은 이 경계선이 영원한 국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국경선은 압록강과 두만강에 이르는 한반도를 지켜내는 경계선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나는 2년 전에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올라가 천지의 장관을 바라본 적이 있다. 중국은 천지를 한민족의 성지라는 인상을 지우기 위해 장백산 개발 프로젝트를 강행하고 있다. 우리 등산팀이 장백산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플래카드를 펼치자 갑자기 중국 공안 요원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그는 우리를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를 연행하여 그의 신분증을 빼앗고 플래카드를 압수할 뿐만 아니라 벌금을 요구하였다.

중국당국이 한국인들이 백두산에 대한 인식을 지우기 위하여 반인권적 조치를 서슴지 않음을 보고 한중의 경제적 우호관계를 뒤집는 역행적 행위에 아연실색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북방한계선 침투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한반도 주권에 시급한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할 형편이다.

나는 중국 안내원을 동행하고 중국이 개발한 제한된 도로를 통해서 자동차로 천지에 올랐다. 구름이 산 중턱을 가리운 산 정상을 보면서 과연 천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삼대가 복을 받아야 온전한 천지를 볼 수 있다는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지가 가까워지자 천지를 가렸던 구름이 바람에 씻겨가면서 짙푸른 천지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우리나라의 천지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에서 이 장경을 보고 있는 것인가. 중국의 영토에서 마치 남의 집 정원을 담 너머로 훔쳐보는 꼴이 아닌가. 황홀한 감정에 빠져 있으면서도 이것은 나의 개인감정이라기 보다는 분단된 조국에 대한 우리 민족 전체의 회한을 느끼며 이런 시를 적어 보았다:

“하늘의 푸른 빛을 모아 천지에 담았을까 / 저리도 푸른 물을 하늘을 향해 / 분수로 품어 올려 / 창공을 만들었을까 / 태초에 천지 물과 하늘이 만나서 / 음양의 사랑을 나누어 만물을 만들었으리라 / 백두산 꼭대기 툰드라 이끼부터 시작하여 / 작은 풀과 꽃들, 크고 작은 나무들을 만들어 / 광활한 고원 위에서 아래로 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띄워 / 만물을 순식간에 천하에 퍼뜨렸으리라. / 만물을 본 딴 형상을 구름으로 만들어 / 천지를 가리려 함은 / 영산의 자궁으로 산고를 치루는 / 천지의 벌거벗은 몸매가 부끄러워서일까 / 그대를 숭배하는 입술에서 / 찬탄의 소리는 높아만 가는데 / 비너스가 월계수 나뭇가지로 요염한 나신을 감추듯이 / 운무로 심오한 자궁을 감추는 천지여 / 그대가 낳은 한민족 사내가 / 내 땅 내 산에서 그대를 보지 못하고 / 중국 땅으로 날아와 수만리 지친 몸으로 / 그대 깊고 넓은 모성의 품에 / 한없이 안기고 싶어 하노라. / 아, 하늘도 그대 향한 흠모의 정에 감동 하였는가 / 감추었던 천지의 문을 크게 열고 / 구름을 탄 천군천사의 군무와 함께 / 팔 벌려 큰 사랑의 입김을 내품으며 / 나를 안아주노라.”(박정근의 시 “천지에서 부르는 노래”에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우리는 동서로 나뉘어 정권다툼을 하든, 남북으로 분단되어 이념적 갈등을 하든 잊지 말아야 할 민족적 명제를 유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국경은 분명 현재의 휴전선이 아니라 두만강과 압록강이 가로지르고 있고 백두산이 우뚝 솟아있는 경계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분단 장벽이 무너진 지 20여년이 흐르고 민족통합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져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아직도 분단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의 이념을 절대적인 양 내세우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서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민족이라는 큰 명제를 내세우지 않으면 한반도의 통일은 요원한 일이다. 독일의 통일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브란트 수상을 위시해 헬무트 콜 수상 등이 혼신의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메르켈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협력해 ‘철의 장막’을 끌어내렸고 미래를 펼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녀는 이제 통일 독일은 독일 문제를 넘어서 세계의 안전보장과 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는 동독출신의 그녀의 태도에서 국지적인 기득권 수호를 찾을 수 없다. 세계인의 문제를 책임지려는 대국적인 당당함을 느낄 있으며 한반도 통일문제를 접근하는 해결책을 독일장벽 붕괴 축제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영문과 교수, 시인, 컬럼니스트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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