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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의 환경일기=20] 대한민국 사이비 기념일 빼빼로 데이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17일
2009년 11월 11일 수요일 날씨: 맑음

↑↑ 이지연 포천신문 학생명예기자
ⓒ (주)포천신문사
“여러분,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지요? 빼빼로 데이는 발렌타인데이에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 선물을 하며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11월 11일을 닮은 빼빼로를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대한민국의 사이비 기념일이 되어버렸어요. 빼빼로데이는 1996년에 부산의 모 여중생들이, 서로 날씬해지라는 뜻으로 친구들에게 선물하게 되어 생겼다는 설도 있고 또 과자 회사의 상술이라는 설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꼭 빼빼로를 사고 싶어서 산다고 해도 친한 친구 한두명과 주고받는 정도만 해야지 부모님께 빼빼로 사게 돈 달라고 하면서 부담을 드릴 정도로 하면 안되겠지요? 반 전체에게 돌릴 필요는 없어요.” 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에도 내 머리 속에서는 빼빼로를 줄 친구들을 헤아리고 있었다. 유정이, 주희, 혜민이, 다령이, 세미, 다희...... 꼭 줘야 할 친구들이 어림잡아도 30명이 넘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그동안 모아두었던 용돈을 꺼내어 친구 수에 맞춰 빼빼로를 샀다. 밤늦도록, 빼빼로에 넣어서 친구들에게 줄 편지를 쓰느라고 끙끙거리는 나에게 엄마는, “어휴 바보, 빼빼로 회사의 상술이야.” 하시며 혀를 차셨지만 난 사이비 기념일이라 해도 좋고 과자회사의 상술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기회에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 정성이 담긴 편지를 손으로 직접 써 넣어서 값싼 빼빼로지만 선물함으로서 내가 부모님을 선생님들을 그리고 친구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내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며칠 전에 엄마랑 엄마 친구께서 “옛날에는 자식을 많이 낳아 길러서 양보나 협동 책임감 우애 등 사회성 공부를 가정에서 저절로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나 남 할 것 없이 자식을 조금 낳아 왕처럼 떠받들고 키우니 대부분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들이 되어간다니까? 미래의 세상에 정이란 게 남아 있기나 할런지 모르겠네.” 하고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었었다.

상술에 넘어가는 바보라느니,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인데 쌀로 만든 가래떡이나 사서 나눠먹지 왜 쓸데 없는 짓 하느냐는 등 빼빼로데이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해도 난 이런 기회가, 이런 날이 있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 하나뿐인 자식이지만 내 이웃과 형제인 것처럼 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사랑이 담긴 편지와 함께 받은 빼빼로는 내년 빼빼로데이 날에도 후년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언제까지나 나를 잊지 않게 해 주고 정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난, 좋은 뜻을 간직할 수 있는 날에 혹시 소외되는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 되어, 특별한 친구들에게 줄 빼빼로를 모두 준비한 다음 여분의 빼빼로를 조금 더 준비했다. 빼빼로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우리 반 친구가 있으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모두들 친한 친구들이 있고 소외된 친구가 없어서 여분의 빼빼로는 다함께 나눠 먹었다.

오후에 학교 마치고 집에 오는 길, 길가 여기저기에 빼빼로 빈 상자가 굴러다녔다. 그것들을 보니 친구들에게 받은 빼빼로를, 사랑을 그리고 양심을 버려서 길가에 굴러다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찬 바람이 휭 하고 지나갔다.

이지연 / 포천신문 학생명예기자 (skfkgks3@hanmail.net)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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