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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1] 신종플루의 사회적 히스테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10일
↑↑ 박정근 대진대 영문과 교수, 시인, 컬럼니스트
ⓒ (주)포천신문사


겨울이 되면 노약자들은 시간을 다투어 병원에 가서 독감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당연한 관행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남미와 미국에 시발한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증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치사율이 독감보다 낮다는 전문가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신경증적 반응은 가히 사회적 히스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전염병의 출현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당국의 대처가 너무 늑장을 부린 탓에 백신의 개발과 공급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더더욱 가공스러운 것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신을 맞고 죽는 환자들이 발생하자 예방접종을 기피하고 싶은 심리가 나타나 신종플루를 과연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전염병이 확산될 때는 당연히 환자를 격리시키고 접촉을 피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현명한 태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인 기피증이 확산된다면 신종 출루환자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손을 잡고 악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지경이다.

인간이란 자신과 가까운 친우를 믿지 못할 때 상호간의 의사소통이나 접촉이 단절되어 견디기 어려운 소외감을 느낀다. 역사적으로 이념이나 인종, 종교적 갈등이 심화되었을 때 요즘과 같은 사회적 히스테리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사회적 히스테리는 일종의 심리적 전염병이라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집단 심리에 의해서 이리 저리 휩쓸리는 현상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가장 불행한 사회적 히스테리는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났던 ‘마녀사냥’일 것이다. 단지 주류와 다른 종교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간단한 재판절차를 거쳐 사형을 시켰다. 유럽에서 1595년에서 1635년 사이에 절정에 이렀던 마녀사냥에 의해서 처형된 희생자의 수가 50만명에서 9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이성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살육사태였다. 우리가 잘 아는 잔다루크나 갈릴레이도 마녀사냥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였던 것이다.

사회적 히스테리로서의 마녀사냥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것은 희생자들이 자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단으로 체포되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누가 자신을 고발하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을 변호할 사람들을 자유로이 상의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죽은 지 50여년 된 시체를 파내어 재판에 회부하고 그의 상속인들에게서 재산을 빼앗는 믿을 수 없는 사건도 있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이 전문적인 마녀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교회를 비난하거나 교의에 의문을 표한 자들을 고발하고 그들의 재산을 탈취함으로써 먹고 살았다. 만약에 고발할 이단자들이 없으면 고의로 공작을 하여 희생자들을 만들기 조차 하였다.

죄가 없는 사람도 고문을 하여 자백을 받아내고 이 자백을 바탕으로 사형에 처했다. 영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들을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유럽의 많은 나라에 공포의 시대를 도래하였으며 시민들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몰아넣었다. 문제는 시민들이 자신과 가까운 친구마저 불신하게 만들었고, 한 집안 사람들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극도의 불신 사회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까지 확산되었다. 초창기 미국은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간 청교도들의 이민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종교적으로 경건한 삶을 사는 것을 삶의 모토로 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신봉하는 퓨리터니즘은 절대적인 남성의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열등함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에 기초하고 있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상업화에 의한 사회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초기의 청교도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통제하기 어려운 갈등요인들이 발생하였다. 경건한 종교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자신들의 종교적 사명으로 받아들였던 신경증적인 청교도들은 그들의 종교적 관점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교도로 몰아서 신속한 마녀재판을 통해서 처벌하려고 날뛰었다.

매사추세츠 세일럼 마을에서 일어난 해괴한 마녀사냥은 아서 밀러의 “도가니”라는 비극에 그려져 있다. 1692년 아홉 살 난 목사의 딸 베티, 일한살의 목사의 조카 아비게일, 마을 유지의 딸 앤 푸트남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의사는 그 소녀들이 ‘사탄의 손’에 붙들려 있다고 생각하였다. 소녀들은 부두교 신도인 서인도제도 출신의 하녀를 마녀라고 고발하였다.

그 후 소녀들에게 점쟁이 놀이를 가르친 인디언 타티바, 마을 여인 사라 굿, 사라 오스번 등이 마녀 혐의로 체포되었다. 연이어 총독 윌리엄 핍스는 특별 법정에서 150여명의 주민들을 마녀 혐의로 기소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였다. 소녀들이 그들의 주장이 허위라고 밝혔지만 재판은 계속되었으며 죄를 자백하면 교수형을 모면하고 결백을 주장하면 교수형을 받는 비극적 희극이 연극이 아닌 역사적 현실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현재 신종플루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심이 시민들을 불안 속에 몰아넣어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마녀 재판이라는 유럽이나 미국의 역사적 사건과 비교하는 것이 논리적 비약이라고 볼지 모른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시민들이 보여주고 있는 민감한 반응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며 당국이나 언론의 차분한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 조장이 사회적 히스테리화 하여 백신에 대한 신속한 보급과 접종을 가로막는다면 실제 전염병의 결과보다 심리적 병적 증상이 우리 사회를 극도로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접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시인, 컬럼니스트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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