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라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난 뒤부터 엄마는, “이지연, 너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 해. 신종플루는 전염력이 강해서 가족 중 한명만 걸려도 함께 사는 가족은 대부분 전염 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신종플루 걸리면 학교도 못 가고 직장도 못 가고 꼼짝 못하고 집에 갇혀있어야 하니까 조심해야 돼,” 하고 말씀 하셨다.
내가 만약 신종플루에 걸린다면 아플까봐 걱정하시지 않고 학교에 못가고 직장에 못 가실까봐 걱정하시니,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우리 포천에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우리 학교에까지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수시로 발열검사를 하고 손 소독제를 이용하여 손 씻게 하고 모든 어린이에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신종플루 감염환자는 우리 반 교실에서도 생겼다.
친구들의 작은 기침 소리에도 민감해져서 ‘재, 혹시 신플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살피게 되고, 내 입에서 재채기가 나오면 ‘얘들이 혹시 나 신플 걸린 줄 알고 의심하지 않을까?’ 하고 주위를 살피게 될 때 쯤 우리 학교에서는 2009년 10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신종플루 확산 방지에 따른 학교장 재량 휴업이 이루어졌다.
휴업일 기간 동안 사람이 많은 곳으로의 외출을 삼가고 외출 후에는 철저한 위생 관리로 건강을 지키라는 선생님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감기에 걸리면 꼭 죄인이 되는 것 같은 현실이 싫어서 목욕탕에도 마트에도 심지어 도서관에도 가지 않고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피해 숨어있었다.
오늘 엄마랑 함께 산 속에 있는 약수터에 다녀왔다. 약수터에는 크고 작은 통들이 쭉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약수터 주변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약수 물이 졸졸졸 흘러나오는 옆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감기에 걸린 것인지 신플에 걸린 것인지, 계속 콜록 콜록 기침을 하며 앉아 계셨다.
사람들이 아주머니를 피하며 힐끔힐끔 흘겨보더니, 멀리서 차례를 기다리던 아저씨 한 분이 아주머니께 와서 “아, 저만치 떨어져 계세요.” 하고 화난 목소리로 말씀 하셨다.
감기는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이며 감기에 걸려서 불편하고 아픈 것도 괴로운 일인데 이렇게 죄인 아닌 죄인 취급마저 받아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팠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새롭게 발생 한 바이러스라고 한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감기환자를 피하고 사람을 의심하게하고 미워하게하는 의심 바이러스까지 퍼뜨리는 것 같다.
새롭게 변이된 바이러스가 나와서 사람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리고 있는 현실을 보니 미래가 걱정된다. 지구 온난화나 환경오염 등은 미래의 우리들이나 후손들에게 어떤 바이러스를 만들어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