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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희용] “우리소리 포천의 소리”

사라지는 포천의 구전민요를 시민과 함께 체험한 무대
이희용 기자 / heeyeong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09일
↑↑ 이희용 포천시예총 회장
ⓒ (주)포천신문사


지난 11월 7일 포천반월아트홀 소극장에서는 현대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포천의 구전민요를 시민과 함께 다시 듣고 체험하는 무대의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 속에는 조상들의 흔적을 찾고 맥을 잇는다는 열정어린 취지로 더 시간이 지나면 듣지 못할 지도 모르는 귀한 구전문학의 보존이라는 애향심이 담긴 무대였다. 예로부터 적당한 산과 기름진 농토가 잘 어우러져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지형에서 인물이 많이 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포천은 충신과 명현을 많이 배출한 선비의 고장으로 경기도면서도 동으로는 강원도와 접하고 서쪽으로는 황해도와 가깝고 북으로는 지금은 막혀 있지만 함경도로 가는 길이 열려있던 한반도의 중심지이다. 이런 지리적 여건 때문에 포천의 소리 속에는 여러 특성을 함께 지닌 고유의 순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속에는 우리소리를 지키고 가꾸어 후세로 이어주려는 안타까움과 공감,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움의 분위기가 있었다. 또한 고향의 정체성이 가득 담긴 슬기로움의 계승이 들어있어 관람하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유난히도 빛났고 관객의 박수도 무척이나 힘찼다.

봉래 양사언과 우정을 나눈 서산대사가 지은 ‘회심곡’

공연은 해설과 함께 진행 되었는데 첫 번째 순서는 송장희 예술단의 ‘회심곡’ 이었다. 불교를 포교하기 위하여 일반인이 잘 아는 가락에 불교 교리를 사설로 붙인 조선 선조 때 가사인 ‘회심곡’의 음악적 형태는 경기민요조로 되어 있지만 주로 엇모리장단으로 맞추어 나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회심곡’은 서산대사가 지었다는 전언이 있는데 휴정 서산대사는 우리고장 포천 출신 조선시대 명필가 봉래 양사언 선생과의 우정이 두터워서 정신적인 세계를 공유했다는 기록이 있다.

두 분의 사이가 절친했으며 서산대사가 봉래 양사언을 그리며 지은 시가 전하는데 내용 속에는 “그리운 벗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끝없이 아득한 하늘만 바라보네. (美人何處在 望之天一才 미인하처재 망지천일방).”라는 우정이 담겨 전해져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지금도 문학계에서는 ‘회심곡’을 지은 분이 서산대사로 기록되고 있으니 ‘회심곡’은 포천의 정신적 깊이를 찾는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공연 첫머리로 회심곡을 선택한 새로운 시도는 모르고 지나치던 흔적을 찾아낸 적극적인 시도였다.

‘포천아리랑’을 비롯한 고유의 소리를 재발견한 무대

공연은 계속 이어져 산간지방의 대부분의 민요에 분포했던 ‘메나리토리조’의 소리인 포천아리랑으로 흘러들었다. 포천에서 불려지던 고유의 아리랑은 농사꾼들이 갈잎을 꺾으러 빈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를 때 지겟작대기를 악기삼아 지게 발을 두드리면서 부르던 소리로 때때로 풀피리나 호드기로 불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입산가에는 우리지역에서 불리던 아리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니 그 의미야 말로 더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소리는 구성진 메아리로 새등 같은 등에다가 태산 같은 짐을 지고 힘들고 배가 고프다는 지게꾼의 한과 역설적인 애증의 소리가 들어있었다. 그러다 잠시 조용하더니 소몰이 소리가 관객을 사로잡았는데 기계가 들어오기 전 농촌에서 논을 갈거나 밭을 갈 때 사람과 소가 나누던 대화를 소몰이꾼의 특유의 가락과 소리로 소를 부리는 정감어린 소리가 재현되었고 경기민요와 포천에서 불려진 방아타령소리, 모심는 소리, 새쫓는 소리 등으로 이어졌다. 시집을 가서 고된 시집살이에 눈물을 흘리고 탄식을 하면서 한숨과 함께 토해내던 설움이 담긴 소리가 시집살이 소리다.

시집살이소리는 반백이 되어 등이 굽어져 걷기도 힘들게 된 때가 되어서야 그 손마디에 박힌 굳은 살과 어머니의 그 가냘픈 몸에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던 가없는 희생이 점철된 피눈물의 내력이 담겨있었다. 우리의 소리 시집살이 소리는 단순한 것 같지만 아롱진 소리 안에 우리네 어머니들의 한이 맺혀있는 소리였다. 장면이 바뀌어 우리 조상들이 장례를 지낼 때 부르던 소리가 장중을 휘감았다. 요즘에는 장례문화가 변화되어 그 소리를 듣기가 매우 어렵다. 구슬프고 다채로운 언어의 구사가 담긴 상여소리는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던 소리고 달구소리는 시신을 관에 넣고 흙을 다지면서 부르던 소리였다.

포천의 장례소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은 소리가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논농사 소리인 회닫이, 자진회방아, 자진방아, 새 날리는 소리를 섞어서 부르기도 했다. 포천의 소리공연은 오세철의 풀피리, 반고무와 풍물을 끝으로 두 시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필자는 이번에 “2009 우리소리 포천의 소리”를 기획하고 연출 하면서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고 배우는 일은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는 근본을 찾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포천의 소리를 형상화 하는 일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는 상황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좋은 무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뜻 깊은 무대였다.

끝으로 본 공연을 위해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정성으로 협조해주신 포천메나리 회원님들의 열정을 존경하고 오세철 풀피리보유자를 비롯한 국악협회 회원여러분과 객석을 가득 채워주신 관객들과 자리가 부족하여 관람하지 못하고 되돌아가신 100여분의 시민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이희용 기자 / heeyeong1@hanmail.net입력 : 2009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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