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근심걱정 떨쳐내는 설 됐으면

묵은 해를 떨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설 연휴가 다가왔다. 설에는 흩어져 살던 가족이나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복을 기원하는 기쁜 날이다. 그러나 올해 설 명절을 맞는 일반 서민들의 마음은 기쁘고 설레기보다 ‘차라리 설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아 무겁고 안쓰럽기만 하다.
이번 설 명절은 주말과 이어져 4~5일이 넘을 것으로 보여 민족 최대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상태는 제2의 IMF라고 불려질만큼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여금은 커녕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일반 서민 근로자가 수두룩 하다니 돈 쓸일 많은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얼굴이 눈에 잡힐 듯 선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일을 핑계로 귀경길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오죽 답답하고 한탄스럽겠는가.
또한 대목을 맞아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장도 한산하기만 하다. 손님들보다 시장 상인들이 더 많으니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말 이래저래 힘든 설 명절이다.
하지만 설 명절 귀경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품고 있다. 정성 들여 장만한 설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오랫동안 뵙지 못한 친지들과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가족과 이웃의 정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나마 일반 서민들은 힘들고 지친 삶에 ‘다시 한번’이라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의 설은 중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삼국시대부터 천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긴 세월동안 유구히 이어져 온 설은 가족과 이웃간에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추석과 함께 민족의 2대 명절로 꼽히는 설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해가 바뀌어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들끼리 즐거움과 행복은 물론 슬픔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데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나 자신은 물론 가족, 친지 등 너나 없이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는 정(情)이 필요하다. 혹한에도 한데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가 넘쳐나고 실직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느라 설 명절을 잊은 지 오래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어려운 때일수록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긍지를 가진 위대한 민족이다. 곤경에 처한 이웃을 나 몰라라 하지는 않는 민족이다. 특히 명절에 이들을 소외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올 설연휴에는 우리 모두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불우한 이웃들과 나누고 함께 하는 명절이 됐으면 한다. 우리 조상들이 설 명절에 즐겼던 윷놀이, 줄다리기, 차전놀이 등 민속놀이에 담겼던 협력의 공동체 의식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