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3 오전 10:54:1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지연이의 환경일기=15] 풍성한 가을


이지연 기자 / 입력 : 2009년 09월 27일
ⓒ (주)포천신문사
2009년 9월 26일 토요일 날씨: 맑음

무더웠던 여름은 가고 시원하고 살기 좋은 가을이 왔다. 요즘 따라 뭔가 잊은 듯 하고 허전한 마음인 것은 아마도 내가 사춘기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어루만졌다.

어제 하굣길에, 마을 어느 집 텃밭에 있는 옥수수나무가 자기 몸의 결실인 옥수수는 자기를 있게 해 준 사람에게 모두 줘버려 할 일을 마쳤다는 듯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허전한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깨달았다. 내 열 세살 여름이 떠나가는 탓이다. 그래서 오늘은 떠나는 여름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가을을 맞이하기로 했다.

“엄마, 포천에 지장산이란 산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 등산 갈까요? 가을 좀 느껴 보게요.” 그래서 엄마랑 나는 김밥과 음료수를 준비해 집을 나섰다. 구불구불 지장산을 찾아가는 길 가에는 코스모스 금잔화 구절초 등의 가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차창을 열어두고, 휙휙 지나가는 바람 속에 숨어 들어오는 향기로운 가을 냄새를 맡고 있는데 눈앞에 빨간 사과랑 노란 배가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이 보였다. 먹고 싶은 마음보다는 따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엄마께 부탁하여 과수원에 들어갔다.

“아주머니, 사과랑 배 살 건데 우리가 직접 따서 가져가면 안 될까요?” 라고 부탁드렸더니
“미안해서 어쩌지요? 사과의 종류가 많아서 직접 따는 건 곤란해요. 여기 따 놓은 것은 홍로인데 이건 요즘 따는 거고 요즘 따면 맛이 안 들어서 안 되는 것도 있어요" 하셨다. 그래서 난 과수원에 들어가 가까이에서 사과나무도 만져보고 사과 냄새도 맡았다. 해를 닮은 사과에서 일 년 동안 사과나무에 정성을 쏟았을 아주머니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서운 한 마음을 감추기로 했다.

과수원 근처의 밭둑에는 밤송이가 누렇게 익어가고 살짝살짝 알밤이 보였다. 지난 가을 왕방산에서 다람쥐랑 청솔모들이 버섯이랑 밤을 먹는 것을 본 기억이 나서 “엄마, 지장산에도 밤나무가 있을까요?” 라고 말씀드렸더니“밤나무는 왕방산이 많은데...” 하시며 지장산을 향해 다시 출발하셨다.

가는 길에 길가에 기다란 수수와 콩을 심은 밭이 보였다.“지연아, 옛날에 엄마가 자랄 때는 저 콩이랑 수수를 꺾어다가 솥에 껍질째로 넣어서 쪄 먹기도 하고 콩은 불에 구워먹기도 했단다. 옛날에는 그렇게 먹는 간식이 참 맛있었는데 요즘은 가공 된 먹 거리가 너무 많아서...”하고 말씀하셨다.

나도 엄마께서 어린 시절에 먹었다는 간식을 먹어보고 싶어졌다. 마침 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우리는 차를 멈추고 밭으로 갔다. 콩대 두 개랑 수숫대 두 개만 달라고 부탁드리며 돈을 드렸으나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시며 콩과 수수만 잘라 주시는 아주머니의 마음이 가을을 닮아 풍요롭고 감사했다. 그렇지만 고생하시며 가꾸신 결실을 그냥 얻어 오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시며 엄마는, 과수원에서 사온 커다란 사과 다섯 개를 아주머니께 드렸다. “물물교환을 하신 거네요? 호호...” 하며 웃는 내게 엄마는 “정과정을 나눈 거야.” 하셨다.

지장산에는 가지도 못하고 우리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길가에 자리를 깔고 김밥을 먹은 후 빨리 집에 가서 콩이랑 수수를 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집 앞에 오니, 이왕 등산화를 신고 나섰는데 산에는 올라가지도 못한 것이 조금 서운하여 뒷산인 왕방산에 조금만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왕방산 밤나무 밑에는 내 예상대로 여기저기 알밤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집에 돌아 와 엄마는, 산에서 주워 온 알밤과 콩과 수수를 껍질째로 솥에 넣어 푹푹 쪄 놓고 오늘 과수원에서 사 온 저 농약, 친 환경으로 가꿔 껍질 째 먹는 사과라는 빨간 사과를 씻어서 잘라 놓으셨다. 마치 풍성한 가을이 우리 집에 온통 내려앉은 듯 했다.

이지연 / 포천신문 학생명예기자 (skfkgks3@hanmail.net)
이지연 기자 / 입력 : 2009년 09월 27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