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에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쓰레기통 뒤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대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자에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중산층이라고 한다.
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유는 바로 재활용품을 찾아내기 위해서이며 이들은 옷이나 신발 같은 물품을 거두어 다시 쓸 뿐만 아니라 심지어 괜찮은 음식 재료들도 찾아내 요리 해 먹는다고 했다.
이렇듯 도시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쓰레기통 속에서 재활용품을 찾는 사람을 일컬어 프리건(freegan)이라고 부르며 이는 자유와 채식주의 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말로 무료로 얻는다는 뜻도 담겨있다고 한다.
1980년대 환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프리건은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품을 골라 다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은 서로 바꿔 쓰는 등 자원의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생활을 실천한다고 했다.
이런 프리건이 세계적인 대도시인 뉴욕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바로 아직 멀쩡한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는 현실 때문이라고 했다. 단지 싫증난다는 이유로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런 물건을 재활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프리건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소년 한국일보에서 이 기사를 읽은 후부터 나도 모르게 우리 아파트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을 힐끔힐끔 기웃거리게 됐다.
우리가 버린 이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엄마께 부탁하여 만세교리에 있는 포천 시 자원 재활용센터에 다녀왔다. 마침 재활용 센터 옆에 함께 있는 생활 쓰레기 소각장 준공식을 하루 앞두고 있어서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자원 재활용 센터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은 하루 일을 이미 마치고 정돈 된 상태이어서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재활용 센터의 전도문 관리소장님께서, 견학하기를 원하는 나와 엄마를 안내하며 센터의 구석구석과 옆 건물인 소각장, 그리고 생활 쓰레기를 소각할 때 얻어지는 소각 열을 이용하여 운영하게 된 수영장을 돌아보며 자세히 설명 해 주셨다.
재활용 쓰레기 반입 장에는 정말 예쁘고 깨끗하여 내가 갖고 싶은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로 놓여있었다. 이곳에 들어 온 재활용품들은 물건 그대로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자르고 녹여서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이라 하니 멀쩡한 물건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색깔이 들어있는 칼라 펜 세트가 쓰레기에 섞여있는 것을 보고 관리소장님께 “저거 저 가지면 안돼요?” 라고 말씀드렸다가 엄마께 눈총만 맞았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환경과 경제를 생각하는 뉴욕의 프리건이나 우리나라의 아나바다 운동을 모르시는 것 같다. 버려진 물건들을 아까워하는 나에게 소장님께서 “아마도 내년쯤에는 이곳에서 쓸 만한 물건을 골라서 전시 판매하게 될 거야.”하셨다.
반입 장에 들어 온 쓰레기는 파봉 하여 호퍼로 올리고 각각의 원료 별로 선별하여 압축 해 놓으면 그 원료를 필요로 하는 업체에서 다시 가져가서 재활용한다고 하셨다. 우리 주위에 흔히 흉물스럽게 굴러다니는 하얀 스티로폼을 모아서 녹인 것을 보니 갈색의 딱딱한 덩어리가 되어있었다. 그것은 액자나 침대의 머리 판 등으로 재활용 된다고 하니 신기했다.
우리가 재활용 센터에 들어 설 때 옆 건물의 높은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 같은 것이 나와서 ‘저곳은 뭐하는 곳일까?’ 궁금했었다. 그곳은 생활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얼마 전에 포천신문에서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유명한 우리 포천이 다이옥신 등의 오염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서 소각장이란 말만 듣고도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러나 굴뚝에서 나오는 하얀 수증기 같은 연기나 소각장 건물 내에,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처리하는 최첨단 대기오염 방지시설들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데 먼지도 없고 악취를 맡을 수도 없어서 이곳이 정말 소각장인가 의심스러웠지만 그곳에 설치된 컴퓨터에서는 소각 되고 있는 쓰레기가 보이고 한쪽에서는 크레인을 이용하여 생활 쓰레기 봉지를 터뜨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쓰레기를 태워서 얻은 열은 환경 자원 센터내의 모든 시설의 냉난방에 이용하고 수영장이나 사우나 시설을 설치하여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체육공간을 제공하는데 쓰인다고 했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며 우리 엄마와 관리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나 청소년도 견학을 해야겠지만 우리 주부들이 꼭 한 번씩 방문하여 견학해야겠네요. 아까운 물건이 그냥 버려지다니...” “ 그러면 좋지요.” 오늘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전도문 관리소장님이 정말 감사하다.
‘뉴욕의 프리건’ 나도 오늘 재활용 센터에 다녀온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프리건이 되는 것은 물론 이려니와 아나바다 운동을 생활화 하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새삼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