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점에 자주 간다. 종이냄새 잉크냄새 석유(?)냄새 나는 서점이 좋다. 옛날에는 작은 책방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다보면 한밤중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난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앞집 책 뒷집 책을 거의 다 읽었고 엄마가 장에 가서 신문지에 푸성귀를 둘둘 말아오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 신문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있다. 서점에 자주 가는 이유는 책 몇 권 고르는 재미와 이 세상을 다 가졌다는 포만감에 행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오는 날 책이 잘 읽혀서 웬만하면 약속도 안 잡고 눈이 아프도록 책을 본다. 공지영.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많은 독자들을 거느리고 나또한 열렬한 독자의 한사람으로 그녀를 아낀다.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등등 그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다. 공지영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해서 책 뒤편에 쓰여 있는 에필로그도 안보고 집어든 신간이 "도가니"였다.
읽는 순간부터 나는 당황하였다. 청각장애아들이 겪은 비인격적인 처우, 성폭행, 그에 맞서는 소수의 장애아의 지킴이들. 좀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나와는 무관하고 다른 세계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피곤함?
읽을수록 나의 이기심과 인간의 악마성(크든 작든)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불편하였다. 작가는 책에 이렇게 쓰고 있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고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쌩뚱 맞고 대게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도가니.’ 나와 다른 세계가 있고 그들도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우리의 동지고 이웃이고 특별한 존재가 아닌 보통의 우리와 같다는 지극히 간단명료한 진실, 그것이 외면 받아왔다는 비평등주의, 생각이 많아지고 처음에는 불편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인간에 대한 경외감, 더불어 살아내야만 진정한 인간으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