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저리로 가. 물 튀잖아. 난 쟤들은 예뻐서 물 튀겨도 괜찮은데 너희들이 물 튀기면 화나니까 저만치 가" 근처에서 농사를 지으신다던 50대의 아저씨가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여자 애들과 나랑 내 친구를 번갈아 보면서 한 말이다.
오늘 아침 우리 가족은 내 친구네 가족과 함께 여름 피서로 열 두 개울을 찾았다. 주말을 피해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 온 탓인지 개울은 텅 비어 있었고 촬촬촬 맑은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가지고 간 튜브에 공기를 넣어 물에 던지고 그 위에 누워서 주위를 돌아 봤다.
우리 포천은 돌이 좋고 많은 걸로도 유명하다고 하더니 이곳 열두 개울도 온통 돌이 덮여있어서 물이 더욱 맑은 것 같았다. 물속을 가만히 드려다 보니 작은 피라미들이 꼬물꼬물 유영하고 개울 위를 뒤덮을 듯 많은 뱀 잠자리들이 낮게 나는 것을 보니
"이곳 개울에서 살던 뱀 잠자리의 유충들이 잠자리가 되어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개울 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라미가 살고 뱀 잠자리의 유충이 사는 곳이라면 사람이 정수하여 수돗물로도 이용할 수 있고 또 수영을 할 수도 있는 2급수의 물이란 것을 4학년 때 물에 대하여 공부할 때 배웠었다는 기억을 떠 올리고 있는데, 우리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으로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근처에 산다는 50대의 농부아저씨는 개울에 오자마자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물속에 텀벙 들어가셨다. 그리고 물속에 한동안 앉아 계시더니 옆에서 놀고 있던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그 아저씨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건네었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가엾은 아저씨인 듯 했지만 나도 예쁘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라 아저씨가 좋게 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저씨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데,
"아이구 물속에 유리조각이 있네. 애들 발 다치면 큰일 나겠다." 하시며 줍더니 옷을 벗어놓은 곳으로 가 주머니 속에서 부스럭 부스럭 작은 비닐봉지를 꺼내 담으셨다.
그 모습을 본 후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노여움이 점점 흐려져 사라져 버렸다. 일곱 살의 동심을 아직도 간직한 채 웃통을 벗고 물놀이 하는 아저씨, 아이들이 발을 다칠까 염려하여 비닐봉지를 갖고 다니며 물속의 유리조각을 주워내는 ,이 개울물처럼 맑은 마음의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울에서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는 시간, 우리는 우리가 만든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 쓰레기 아니야.”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개울물 속에서 유리조각을 줍던 아저씨가 생각나서 묵묵히 주위의 쓰레기들을 주워서 우리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내년 여름에 이곳 열두 개울을 찾아 올 때면 아마도 지금처럼 깨끗한 모습일 것 같다. 왜냐하면 동심과 환경을 지키는 맑은 마음의 아저씨가 이곳에 계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