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인터넷에서 간단한 음식 만드는 법을 찾아서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오늘은 본격적인 방학에 들어간 날이므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자축하기로 했다. 재료를 사러 빗길을 뚫고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다녀와야만 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장대비가 되어 주룩주룩 내리고 좁은 골목길에는 모여든 빗물들이 콸콸 내려가고 있었다. 누가 먹고 버린 아이스크림 봉지인지 빗물에 떠밀려 내려가는 것을 보니 몇 년 전, 내가 태권도 체육관에 다닐 때, 빗물 때문에 깜짝 놀랐던 경험이 떠올랐다.
체육관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 지하와 1층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어느 여름,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운동을 하다가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출입문을 보니 열려있는 문으로 빗물이 콸콸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운동을 하던 우리들은 사범님의 지시에 따라 1층으로 무사히 피할 수 있었지만 반지하인 수련장을 내려다 보니 온통 물바다가 되어 물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밖으로 나가신 관장님은 무릎 위까지 올라 온 빗물을 헤치며 이리저리 도로 곳곳을 헤매시며 살피시더니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어 올리셨다.
그러자 도로에 가득했던 빗물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거리에 버려졌던 쓰레기들이 빗물에 쓸려 내려오면서 배수구를 막아 버렸고 갈 곳을 찾지 못한 빗물은 우리 체육관 안으로 밀려들어 왔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마을 곳곳에 버려졌던 쓰레기들이 우리 체육관을 물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쓰레기 청소만 제대로 했더라면, 아니 쓰레기를 버리지만 안았더라면 그런 재난은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오늘 마트에 가는 길에, 배수는 잘 되고 있는지, 우리 마을에 사는 이웃들이 재난을 입을 일은 없는지, 골목에 또 다른 쓰레기는 없는지 괜히 걱정되어 이곳저곳 살펴봤다.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는 사소한 일로 재난을 겪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더니 내가 딱 속담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인재로 발생하는 재난은 미리미리 예방하며 주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