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국가의 최고 지도층과 재벌기업의 총수 등이 자신들의 모은 재산 전부, 또는 일부를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이 실제 이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중에는 진실성 없이 오히려 사람들의 불신과 지탄을 받는 것을 근간에 보기도 한다.
지키지 못할 헛된말과 거짓말로 자기 자신과 사람들을 속여서 얻는 이익은 잠시의 위기를 모면하는 일일뿐 오래도록 나쁜 평판과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 또 자신의 거짓된 뜻과 달리 하늘과 세상이 실제로 말을 이행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박지원(朴趾源)은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며 소설가이다. 그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으며 많은 글을 남겼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이며 사회경제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박지원은 문학을 통하여 그가 살던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어 내고 비판했다. 그의 시문을 모은 것이 연암문집(燕岩文集)이다. 연암문집에는 지금의 상황과도 무척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온다.
평안도 의주 땅에 상인이 한명 있었다. 그는 중국을 왕래하면서 북경에 있는 중국인호상(中國人豪商)과 친분을 두텁게 맺고 거래를 했다. 그는 중국상인에게 신용을 쌓아 많은 돈을 빌려 쓰고 큰돈을 벌고 있었다.
어느 해 그는 빌린 돈을 반환할 기일이 되었는데도 돈을 갚지 않으려고 꾀를 생각했다. 그는 은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북경으로 가는 인편에 부탁하기를 자기는 이미 죽어서 세상을 떠났을 뿐더러 재산도 탕진했다는 거짓 전갈을 부탁했다. 이러한 속임수를 그대로 믿은 북경상인은 자기 돈을 잃었다는 생각은 않고 그 사람이 죽었음을 가엾게 여겼다.
그래서 눈물지으면서 애절한 제문(祭文)을 짓고 돈을 조의금으로 주어 그 인편(人便)에 보냈다. 심부름 갔던 이가 중국땅에서 돌아와 보니 그 나쁜 상인은 자기가 말한 대로 그동안에 큰 병을 앓다가 정말 죽어 있었다. 병을 고치느라고 있는 돈을 모두 탕진한 채 죽어 버렸던 것이다.
북경상인이 보낸 조의금은 장례비용으로 쓰였고 그 제문도 그대로 쓰여졌다. 200여 년 전 이 땅에 살던 선각자 박지원은 이 시대의 거짓과 위선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이렇게 꼭 들어맞는 이야기를 남겼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국가 사회 지도층의 명예와 권력 재벌들의 재산은 모두 대다수 국민들의 힘을 밑받침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은 잠시 빌린 것과 다름없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릴 수 없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는 스스로 잘못과 부끄러움, 허물을 씻기 위해 공개적으로 한 말은 하늘과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며 하늘이 알아서 준엄한 벌을 집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곧 천벌을 뜻함이다.
누구든지 쓰고 남기고 갈 수 있어도 가지고는 갈수 없는 것이 세상의 재물이다. 재물의 무상함과 자신이 세상에 되돌린다는 말을 할 때의 간절함을 다시 생각해야한다. 함부로 거짓과 위선의 함정에 발을 딛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진실성 있는 헌납,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더욱 밝은 사회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서없는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