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일본의 미네무라 쓰요시 라는 작가 선생님이 쓴 감자를 훔친 어머니란 책을 읽었다.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의 어려웠던 일본인들의 삶을 후손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내용이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어나게 한 나라였으므로 난 그 당시에도 일본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은 줄 알았었다. 그런데 자식과 함께 먹고살아 남기 위해 남의 감자까지 훔쳐야 했다는 것을 읽고 전쟁은 누구를 위하여 일으켜야만 했는가. 하는 회의가 느껴졌다.
이 책 속에 일본에는 하나의 쌀알 속에 둘 이상의 신이 존재한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못 먹고 못 살던 때를 기억하고 한 톨의 쌀알도 함부로 버리거나 흘리지 말고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먹으라는 교훈일 것이다.
오늘 오후였다. 내 방에 앉아 4월 30일에 실시하는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지연~ 이지연~ 나와 봐” 하고 부르시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공부하는데 방해받는 것이 싫어서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서 얼굴을 찌푸리고 나왔더니 우리 집 현관은 완전히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일반쓰레기 재활용 페트병 그리고 종이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놓여 있었다.
“지연아, 엄마랑 함께 쓰레기 버리러 가자” “저 시험공부 해야 돼요”
그러자 엄마의 훈계가 시작되었다.
이지연, 효정이 언니는 자기 엄마가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마다 함께 나가서 도와준다고 하더라. 얼마나 부러웠는지 알아? 엄마가 딸이 없니? 그리고 너 논어 읽었잖아. 공자가 아들 백어(伯魚)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과 말 할 수 없고 예를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사람 행세를 못할 것이라고 가르쳤지? 공부를 열심히 하여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와 도를 아는 것이 더 중요 해. 엄마가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자식이 되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가 아니고 사람으로서의 예도 아니야. 하셨다.
엄마를 따라 쓰레기장에 가서 분리를 시작했다. 깡통 유리병 페트병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 통 뚜껑을 열었더니 통 속에는 하얀 쌀밥이 잔뜩 들어 있었다.
아휴, 일본에는 쌀 속에 둘 이상의 신이 있다고 한다는데 쌀 속의 버려진 신들이 화내겠네. 화나서 쌀밥도 못 먹을 만큼 벌주면 어쩌려고......그리고 이 쌀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갔으며 지구촌 곳곳에는 굶어 죽는 사람도 많다는데...
엄마는 남는 밥이 있으면 양면 팬에 누룽지를 만드신다. 우리 집 뿐이 아니고 주위 사람들이나 친척집에 가서도 남는 밥 때문에 걱정하면 몽땅 얻어다가 누룽지를 만들어서 외할아버지께 드리거나 경로당에 갖다 드리곤 하신다.
오늘 음식물 쓰레기통 속의 하얀 쌀밥을 보며, 버리는 사람도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통 주변에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수거함을 따로 만들어 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가족은 먹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하얗고 깨끗한 비닐봉지에 넣어서 이 음식은 몇 월 며칠에 만든 음식인데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 라고 예쁜 메모를 써 붙여서 내 놓는다면 아까운 음식이 그냥 버려지는 일도 줄어들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어서 참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