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그림 같이 아름다운 도시를 꿈꾼다.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는 이유는, 도시 경쟁력, 도시 성장동력, 관광객 유치 등과 같은 상업적 홍보구호에서 풍기는 산업주의적 정취와는 결코 무관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정주인들의 거주공간에 대한 자부심 추구의 발로와 결부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자부심은 정주인들의 개개인의 마음이 배려되지 않고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가치이기에 현실에서 구현되기에 결코 쉽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현재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이러한 가치를 정주인들과 함께 이루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생태순환도시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이 도시의 이러한 면모를 살펴보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하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학도시로도 손꼽히는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의 남부에서도 거의 왼쪽 끝에 위치해 있는 인구가 20만 명 정도이고,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프라이부르크는 1992년 독일의 151개 지자체 가운데 최고의 환경도시로 선정된 이후로 독일의 환경수도라고 불릴 만큼 환경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결과는 공무원들과 환경단체들의 창조적이고 지혜로운 활동과 함께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시민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조화로운 도시로 유명하다. 우선 프라이부르크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가꾸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거주지역으로 리즈펠드(Risefeld)지구를 들 수 있다. 약 12,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큰 신규 주거지이기도 한 이 지역이 녹지 비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도시 정책적인 측면 이외에도 시민들의 역할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지구에서는 주민들 개인에게 나무 가꾸기의 역할이 할당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조화로운 생태도시를 가꾸어가는데 큰 촉매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과 건물사이나 도로변에 위치한 나무의 실제 소유는 시에 있지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관리의 권한은 개인이 갖고 있다. 이 도시는 정책적으로 그 나무의 관리자의 이름을 금속판에 새겨 정주인들 개개인들로 하여금 생태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실질적인 책임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리즈펠드 지역은 건물의 높이를 5층 이내로 제한하여 조화로운 도시의 경관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어느 건물이 임대용이고 어느 건물이 개인 소유용인지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임대 아파트와 개인 아파트를 적절히 배치하여 사회 계층 간의 조화도 함께 꾀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시정책에 의한 임의적 강제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는 정주인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합의적 수용과 추진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이는 프라이부르크시를 가치 있고 생기 있게 움직이는 동인이면서도 아울러 정주인들이 자신들의 거주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프라이부르크는 전통의 가치와 생태적 가치가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존적 가치는 역사의 흔적과 기억이 묻어 있는 도심 속 수로인 베히레(Baechle)를 통해 충족되고 있다. 베히레는 구도심의 시가지를 관통하여 흐르는 일종의 인공수로이다. 베히레의 건설 연대와 그것의 건설 목적이 정확하게 알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 13세기 초엽에 화재 진압용 물을 제공하거나 도심의 하수 이동통로로서 쓰레기를 흘려보내기 위해 당시 선조들이 인근의 흑림지대에서부터 흐르는 물을 도심내로 끌어들였다고 전해진다. 경사진 도심을 따라 특별한 장치 없이 물이 흐르는 베히레의 총연장은 약 15km 정도이고, 베히레의 폭은 30~50cm 정도이다. 길이에 비해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 이는 모양새가 너무나 작고 아담해서 눈요기하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신선한 도시 이미지를 만들기에도 좋다. 특히 베히레는 천연에어컨 역할을 하며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이나 홍수의 방지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휴식처로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사람을 끌어 모으는데도 한몫 하고 있다.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의 구도심에는 구불구불한 도로들이 산재해 있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마을의 골목길을 보는 듯하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굽은 도로를 반듯하게 바로잡지 않았는데, 그 이유 속에는 전통의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도록 하면서도, 아울러 멋스러운 건물들의 외관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도시경관 전략이 깔려 있었다. 게다가 3층을 넘어서지 않는 나지막한 건물들이 굽어있는 골목길 사이 곳곳에 늘어서 있고, 나무 넝쿨들이 건물의 외벽을 휘감고 있는 풍광은 단연 자연스런 도시의 미적 외관의 압권이다. 이 도시는 전통적인 도심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지붕의 모양과 색깔까지도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는 거리 곳곳에 돌을 촘촘히 박아 만든 인도 위에 다시 하얀색 돌을 박아서 만든 바닥간판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동그란 원안에 꽃 문양을 만들어 넣은 꽃가게 간판에서 생선의 모양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문양을 만들어 표현한 생선 가게 간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아주 조화롭다. 이 바닥간판은 수백 년 전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시절,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현대 도시디자인과의 공존을 통해 더욱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이처럼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정주인의 관심과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건물과 건물사이의 녹지의 구축, 놀이터 신축, 각종 친환경적인 구조물의 설치 등에 이르기까지 정주인들은 저마다 적극적인 참여와 철저한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도시를 가꾸어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렇게 정주인들이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직접 참여하여 조화로운 도시를 만들고 있는 프라이부르크의 모습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는 생태순환도시의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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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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