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북 방향으로 50마일 정도 떨어진 세크라멘트 인근에 위치해 있는 데이비스시는 전체 인구 5만 명 정도의 소규모 도시이다. 데이비스시는 5만명 중에서 약 절반이 대학생이고, 전체의 취업자 수 중 약 40%가 대학에 직장을 두고 있을 정도로 대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대학도시이기도 하다. 당시에 총면적 약 135㎢ 중 11.3㎢ 정도가 시가지일 정도로 도시의 시가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었는데, 데이비스시는 이를 지역 발전의 중요한 계기로 활용하였다. 데이비스시는 젊은이로 이루어진 도시의 인구분포와 대학도시로서의 산업기반의 정체성을 도시의 지정학적 요소와 결합하는 도시발전계획을 치밀하게 입안하여 이를 실천한 결과 오늘날 세계적인 생태순환도시로 발전되었던 것이다.
데이비스시는 70년대 초반의 오일쇼크 이전부터 환경 친화적인 도시계획과, 이에 수반되는 도시정체성의 변화와 관련되는 다양한 환경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했다. 당시에 작성된 종합계획 중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시가지 비대화 방지를 위한 녹지대 구축이었다. 당시 데이비스시가 안고 있었던 도시의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는 시가지의 비대화로 인한 농지의 급격한 감소였다. 도시개발과 더불어 도심부의 급격한 확장으로 농지의 손실이 가속화 되자 데이비스시는 농지보존을 위한 획기적인 도시발전 청사진을 입안하였다. 따라서 데이비스시는 농지의 중요성에 대한 종합적인 환경교육과 함께 완충 녹지대로서의 오픈 스페이스 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사실 데이비스시의 오픈 스페이스 사업은 일종의 그린벨트 프로젝트로서 주변의 공지 및 녹지의 정비와 보전에 목적을 두면서도 넓은 완충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환경 친화정책이었다. 도심부와 주변부의 농업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구축하게 된 폭 10~15m 정도의 완충지는 표면적으로는 농약 살포, 흙먼지,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충을 완화하는 농업완충지 역할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이 같은 농업완충지는 장소정체성과 깊이 연관되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역, 사람이 자연과 친숙할 수 있는 장소, 지역사회 참여와 환경교육의 장소로서의 합목적적인 복합기능을 창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정책은 정주인 개개인이 농지와 완충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과 동시에 농지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만드는 성과를 얻었다. 정주인들은 저마다 토지 신탁기금을 조성하여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매입하는 운동을 발전적으로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씩 시내의 광장에 모여 농부들과 함께 하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정주인들은 노천시장에 모여 농부들이 직접 가꾼 꽃과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 산지직송의 물품들을 직접 교류하였다. 또한 데이비스시는 세계 최대의 슈퍼체인인 월마트의 입점을 거부하는 등 주민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지역경제의 외지 의존도를 낮추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데이비스시의 경제활동은 대기업보다는 지역중심의 소규모 자영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는가 하면, 농업완충지가 이에 대한 매개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오픈 스페이스를 통해 도시인들과 농민들은 서로 현지 직송 농산물과 특산물을 거래하면서 상호간에 공생, 공존하는 활발한 소통구조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데이비스시는 시의 상징이 자전거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싸이클링 정책을 펼쳐나갔다. 시내의 도로 길이 161km 중에서 약 60km에 자전거 전용차선이 만들어졌으며, 도로와 단절된 곳에도 약 32km의 자전거도로가 정비되었다. 데이비스시는 자전거의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비탈길 등에 좌회전의 원을 그리는 것과 같은 원활한 자전거 교통정책을 추진하였다. 물론 데이비스시는 도심부와 상점 앞과 대학 캠퍼스에 자전거 주차설비를 완벽하게 설치하여 자전거 주차에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철저하게 자전거 중심의 정책을 펼쳤다.
이제 데이비스시에는 약 40,000대 이상의 자전거 보유대수로 인해 출퇴근 시간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다른 도시에서 보기 드문 자전거 교통경찰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자전거 교통경찰은 도시를 순회하며 자전거 교통지도를 전담하고 야간 등 없이 달리는 자전거와 시속 24km 이상으로 속도를 위반하는 자전거는 엄중하게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자전거 교통경찰은 도난 자전거 도난 방지와 도난 자전거의 수색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또한 버려진 자전거를 재생하는 리사이클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자전거 마크는 공무원이나 경찰의 명패, 대학노트와 펜 등 문구류에도 크게 인쇄되어 데이비스시의 대표적인 상징 엠블렘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데이비스시는 녹지가 가장 아름답고 숲이 최고로 울창한 도시로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도시의 하나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도시가 급성장하면서 시내교통의 혼잡이 야기되자 주민의 90%가 자전거 우선정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던 것에서 보듯, 이러한 성과는 주민들의 활발한 시정참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데이비스시에서는 각종 자원봉사자 위원회를 통해 주민들이 도시발전 계획 및 정책결정 과정에 깊게 참여하였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정으로 살고 싶은 정주도시는 시민들의 활발한 시정참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