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도시는 저마다 그 도시만이 지니는 특별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시는 압축형 도시의 입지조건을 자전거 도시로 합목적적으로 연계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태순환도시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오늘날 발전하는 도시에는 그 나름대로 특별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므로 우리가 우리지역의 발전을 위해 여기서 그로닝겐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고유한 정체성을 미래지향적인 도시계획으로 연결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그로닝겐은 암스테르담으로부터 약 이백 킬로미터 떨어진 네덜란드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는 규모 면에서 네덜란드에서 7 번째로 큰 도시이다. 도시 전체 인구는 18만 명이고, 이 시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실제 인구는 약 10만 명 정도이며, 반경 약 30킬로미터 이내에 살면서 그로닝겐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인구는 대략 23만 명이다. 이 도시에 대학캠퍼스가 여러 개 정주하고 있어 고용의 주 원천으로는 약 3만 명을 넘는 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과 전자공학과 정보통신업과 농업활동을 들 수 있다. 특히 이 도시는 청년인구가 많아 평균 연령이 33세 정도이며,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불과 20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통행거리가 짧은 압축도시이다.
1987년 그로닝겐시의회는 자전거를 타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젊은 청년도시와 압축형 도시구조인 이 도시의 두 가지 정체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전거 교통을 위한 특별계획을 입안하여 10년 동안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로닝겐시는 자전거도로의 통행구조를 주거지 및 도심지 간에 직통의 방사상 연결도로와 도심지 간의 접속도로의 구축으로 특징화 하여 추진하였다. 도심이 크게 4개 지구로 나뉘어졌고, 각 지구의 경계에서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이외에 자동차의 진입이 제한되었다. 차량 운전자들이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직접 통과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자동차로 다른 구역으로 갈 경우 도심 순환도로를 이용해서 우회하도록 한 반면, 자전거는 도심의 구역에 관계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그로닝겐시는 도심 중앙에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여 허가받은 일부차량을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도심에서 점진적으로 자동차 교통이 없는 지역이 확대되고, 도시거리는 재편성되었다. 그리고 그로닝겐시는 자전거 전용도로, 도로 표지, 자전거 스탠드와 쉘터와 같은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자전거 이용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곳곳에 자전거 이정표를 설치하여 길을 알려주었고, 자전거 도난방지뿐만 아니라 고장수리도 겸하는 자전거 전용시설도 설치하였다.
게다가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역과 도심 곳곳에는 대규모의 자전거 주차시설이 갖추어졌고, 빠른 배차간격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잃지 않았다. 계단이 있는 주차시설에는 자전거를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레일 등이 설치되었고, 기차 등 대중교통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차로에서 자동차보다 자전거 전용신호를 우선하도록 하였으며, 자동차와 보행자가 신호대기하고 있는 사이에 자전거는 원하는 방향 어디로든 운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의회의 의견대로 버스에 의해 야기된 불편을 줄이기 위해 버스교통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모든 도심가로에 자전거 통행을 허용하여 자전거 이용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다수의 도로는 자동차 통행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가로주차도 제한하였고, 도시 외부의 접근로를 따라 환승시설이 설치되었는가 하면, 버스 정류장이 도심에서 교외로 이전되었다. 그리하여 도로 분위기는 소음과 오염의 감소 때문에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새로 건설되는 주택단지는 옛 주택단지와 인접하도록 설계하고, 사업장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도로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허가하여 주거지와 도심을 적절히 연계하였으며, 자전거가 빨리 달릴 수 있게 도심에는 자동차 주차 제한과 자동차 진입 금지 구역을 확대하였다. 시당국은 정책적으로 자동차 운행자에게는 불편함을 주고,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편리함을 주는 도심 교통환경의 기본원칙을 적극 실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통행제한 조치로 도심에서 자동차가 떠나고, 자동차가 사라지게 되자 주차장터에 나무가 식재되는 등 보행자 중심지역이 확대되었다. 결국 버스 통행과 자전거 통행이 증가되어 전체 주민통행의 57 퍼센트가 자전거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어 자전거가 지배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현재 그로닝겐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유하고 있고 시민의 50 퍼센트, 학생들의 80 퍼센트가 등하교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자전거 천국도시로 변모되어 있다.
그로닝겐의 사례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자전거 도시정책이 도시의 산업기반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단순히 교통 프로그램이나 환경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제 프로그램임으로 구조화되었다. 자전거 이용이 자동차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고용기회를 증대시키고 다른 사업영역을 계속 확대하게 하였다. 시의회는 자전거 도시계획의 시행 초기에 상점으로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매출액이 떨어질 것을 염려했던 소매업자들과 상당수의 시민이 반대하여 엄청난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적극적인 추진의지로 이를 극복하였던 것이다. 자전거 도시정책이 실제로 집행된 처음 2년 동안은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으나, 이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부가가치가 증명되어 이 사업은 탄력을 얻게 되었다. 도시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방문객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게 되어 도시의 소비는 다른 도시보다 더 원활해 졌던 것이다. 또한 그로닝겐시는 생태순환도시라는 도시의 이미지지 효과도 얻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