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숲을 날아오르는 산까치가 연두색 빗금을 친다. 춥고 지루한 동면의 밤을 지샌 개구리광명의 땅으로 솟구친 삼월이다. 님을 부르는 개구리 신음 소리 덮힌 계곡에 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거행할 신의 제전을 상상한다.
하물며 미물도 암흑에서 빛으로 이동하는 세월이 있다. 뇌사상태에 있던 천지가 생명의 꿈틀거림으로 박동을 시작하는 삼월! 古장자연 사건이, 지난 3월8일,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던 <세계여성의 날>의 뺨을 갈긴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노동조합을 결성할 자유도 참정권도 없던 당시 미국 여성들이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던 날에서 기인한다. 이는 노동계, 정치계 쪽의 일로 보이지만 이도 역시 남성우월주의로 면면이 점철되어온 역사의 한 장을 찢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여성의 날은 1920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85년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계승되기 시작했다.
“남녀가 함께 행복한 상생相生의 공동체로!”라는 여성대회가 2004년에 있었지만 모두 다 공염불이며 마초들이 점하고 있는 사회에선 열악한 노동조건과 시간을 향해 투쟁했던 옛날보다 질적으로 나쁜 성 상납에 대한 파문이 계속 터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마초는 마소가 먹는 건초가 아니다. 마초(macho)는 에스파니아語로 남자라는 뜻에 어원을 두고 있다. 남성다움, 강한 힘을 지닌 남성의 상징으로 시작된 마초가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공격, 여성을 남성 지배 대상으로 삼는다.
성차별주의, 남성우월주의로 확장, 돈과 권력의 두루마기를 관복인양 걸치고 먹잇감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연예계x파일이 가끔 터지고 있다. 연예계만의 일인 것 같지만 이 마수에 걸려들었던 여성은 대한민국 문단은 물론 학계, 정치계를 망라하여 셀 수도 없는 무수한 숫자가 각계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음을 나는 본다.
이 마초증후군은 남성사회 전체를 오염시키고 여성까지도 이에 감염되어 자존의 치마를 자처해서 벗고 있다니 통탄할 일이며 그래서 그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번 연예계 장자연 사건에서도 이런 성상납 요청이 장자연에게만 있었다고 누가 믿겠는가.
요청을 받은 대부분의 여성이 이에 순응했기 때문에 감금당하지 않고 구타당하지 않았으리라. 이 정력을 자랑하고 남발하는 마초들의 실체는, 괜찮은 여성 하나 발견되면 사방에 덫을 설치하고 김치국을 함께 동이 째 마시며 서로 동서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니 개가 아니고 무엇이랴! 더 나아가 이들은 저들끼리 몇 명을 돌파했는가, 여성하나에 스티커 하나씩을 어둠 속에서 붙이고 있을지 모른다.
각 지방의 지자체 행정조직은 물론 그 유관 조직들 안에도 이 정신질환자들이 섞여있지 않다고 볼 수 없다. 동석한 여인의 치마 속으로 슬금슬금 문어다리를 뻗치다 거부당하면 골무보다 못한 감투로 그 잘난 권력을 휘두르고 먹물을 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풍요의 20세기는 산업현장에서 기업체 장에게 기꺼이 성을 바쳤던 여성들의 헌신으로 기인했다며 이는 아주 대단한 덕목이었다고 공언하는 지인의 발언이 나를 경악케 한다. 이런 마초들의 얼굴엔 신의 쉐도우, 다크 써클이 짙다. 이것이 마의 흑달임을 알아야 한다.
나랏님보다 무서운 생계를 연명하기에 급급한 소외계층, 자신의 꿈을 향해 깎아지른 단애 앞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성,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여성을 향해, 불의 앞에 당당하게 자애로운 구원의 손길을 펼치라고 신은 남성으로 힘찬 근육질의 몸을 허락했을 것이다. 사심 없는 구원의 팔, 그것이 神의 팔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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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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