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아픔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따끔거린다. 한 달 전부터 여덟 살 난 아들이 눈을 깜빡거리는 증상을 보였다. 보통아이들이 겪는 알레르기성 염증이라 생각하고 치료하기를 한 달이 지나도 그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니 걱정이 밀려왔다.
별일 아니겠지 하면서 시간을 내서 종합병원을 찾았다. 접수부터 진료까지 한마디로 기다림의 극치였다. 접수 대기자 75명, 입학식을 하느라 지친 아들을 데리고 겨우 접수를 했는데 이번에는 진료대기시간이 1시간이라고 한다. 지쳤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아픈 아들을 위해 왔으니 포기 할 수 없는 일, 머릿속에 엉켜버린 만사를 뒤로하고 선택을 기다리는 진열장의 상품처럼 간호사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밖에...
4시간을 기다려 이것저것 필요한 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하시면서 신경이 예민한 아이가 스트레스가 심하면 나타나게 되는 틱증상일 수 있다는 조심스런 말씀을 하신다.
다음날 답답한 마음을 숨기고 하교 길에 한방병원을 찾았다. 한의사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유리파편에 맞은 것 같은 가슴을 숨기고 아들을 끌어안았다. 10살 전의 아이 질환은 모두가 부모의 부주의가 원인이라는 얘기가 뇌리를 스친다. 내가 임신했을 때 무엇을 잘못 먹었나? 아니면 식습관 속에 부족하거나 해로운 성분이 있었던가? 온갖 부주의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다.
원인은 엄마의 욕심이었다. 하기 싫다는 피아노를 호통과 협박으로 무리하게 가르쳤으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 몸을 자기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후회스럽다.
달랑 2명을 키우면서 이토록 가슴이 아리니 그 옛날 6명을 키워내신 우리 어머님의 가슴은 얼마나 숯검정이었을까? 사춘기 조카 때문에 힘들어하는 언니에게는 “그냥 내버려둬~” 라고 말하고서 정작 내 아이에게 욕심을 부리고 있으니 모순이다.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막상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부모 생각이 간절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슴이 시려야 하는 걸까?
매서운 봄바람을 견디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의 꽃망울처럼 아이들이 새 학년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눈망울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