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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부사의=77]정도(正道)와 권도(權道)

정도는 항상 지켜야 하는 상도, 권도는 현실을 따라 응용하는 것
이규임 기자 / 입력 : 2009년 02월 28일
이규임(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정도(正道)와 권도(權道)라는 말이 있다. 정도가 자연의 섭리(攝理)에 무게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권도는 세속의 판단(判斷)에 무게를 두고 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천지(天地)가 불인(不仁) 하니 성인(聖人)도 불인하다는 말이 있다. 이 때에 천지란 자연을 가리키는 말이고 불인이란 섭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성인은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정도란 이처럼 항상 지켜야 하는 상도(常道)를 말하는 것이다. 정도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기에 언제나 변함이 없고 일탈(逸脫)이 없다. 탈선(脫線)도 없고 변태(變態)도 없다. 그래서 정도를 걸으면 뒤탈이 없고 후유증(後遺症)이 없다. 누구도 시비(是非)를 걸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 잣대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share]하고 투합[意氣投合]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도란 현실에 따라 응용(應用)하는 것을 말한다. 원칙을 지키되 융통성(融通性)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원칙만 찾지 말고 화급(火急)을 다투는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이 났는데 양반의 도리(道理)만 찾고 있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우선 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의리(義理)와 법리(法理)와 정리(情理)를 모두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천하(天下)의 일이 그 본질은 같아도 형세(形勢)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형세에 따라 처신(處身)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이다. 평화롭고 무사할 때에는 정도[經]를 지켜야 하지만 위태롭고 다급할 때에는 권도[權]를 행해야 하는 것이다. 집중무권(執中無權)이란 말이 있다. 오직 중만 고집하고 권도를 모른다는 말이다. 융통성 없는 고집불통을 말하는 것이다. 정도만을 고집해서도 안 되지만 권도를 남용(濫用)해서도 안 된다. 상황에 따라 처신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응용(應用)한다고 모두 권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권도는 정도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변통론(變通論)이다. 그 기준은 선(善)에 있다. 선을 따르는 변통이 곧 권도이다. 권(權)을 따르되 정(正)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의(義)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변통하되 악(惡)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아니 악을 따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악을 따르는 변통은 교활하고 사악함만 낳기 때문이다. 악을 따르는 변통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이고 권도를 남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건국한 장자방(張子房)이나 유비(劉備)의 군사(軍師) 제갈량(諸葛亮)은 권도를 행하면서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같은 인물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오늘이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권도(權道)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고집불통의 우리 국회는 거꾸로 위기극복 노력의 발목만 잡고 있어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의 선택이 선(善)의 변통인지 악(惡)의 변통인지는 훗날의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과감하게 권도를 선택해 위기 타개에 앞장서는 큰 정치인의 모습이 그리운 오늘이다.
누가 이 나라의 장자방이나 제갈양이 되어 줄 것인가? 절절히 소원할 뿐이다.

우리 역사에도 자랑할만한 명재상(名宰相)이 있었다. 황희 정승(政丞)이다. 황희 정승은 매사 일을 처리할 때 의리와 법리와 정리를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의(義)가 우선이다. 다음이 법(法)이고 그 다음이 정(情)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란 도리(道理)를 말하는 것이다. 섭리(攝理)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 간섭(干涉)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은 간섭하는 것이다. 간섭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정은 마음이다. 양심(良心)이다. 양심을 따르는 것이다. 의리와 법리와 정리를 지킨다는 것은 권도와 정도를 지킨다는 것이다. 권도를 행하면서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해낸 분이 바로 황희 정승이다. 오늘에 되새겨야 할 일이다.
이규임 기자 / 입력 : 2009년 0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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