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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세이=98]정의(情誼)


이호연 기자 / hoyunlee@lycos.co.kr입력 : 2009년 02월 28일
↑↑ 이호연
영평초등학교 교장
ⓒ (주)포천신문사
필자는 올해 4월이 되면 교직 총 경력이 36년이 된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기나긴 시간이다. 그 동안 교육을 잘 해보려고 애도 써 보았고 나름대로 고민도 해 보았다.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을 버텨왔는지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첫 교직 생활을 남해의 외딴 섬에서 시작했다. 레슬링 선수 중에 박치기 왕이란 별명을 가진 김일 선수가 유일하게 4학년까지 재학했다는 초등학교에서 초임 교사시절을 보냈다. 도시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섬 생활로 바뀐 환경으로 인하여 밤마다 밀려오는 적막감(寂寞感)을 감당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먼 곳에 있는 마을에서 개가 짓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고요한 밤이었다. 그러나 외딴 섬 생활이었지만 낭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봄이면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인근 산으로 삼춘행락(三春行樂)을 갔고, 젊은 선생님들과 통통배를 타고 인근에 있는 무인도로 놀러갔다가 되돌아오는 재미란 섬 아니고는 맛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한번은 진달래가 핀 이른봄에 봄 산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자주 다니지 않은 길이었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도랑이 있었다. 건너뛰기는 넓어 쉽게 뛸 수 없었다. 그래서 멀리도움닫기를 하여 건너뛰었다. 그런데 건너편 땅에 몸이 떨어지는 순간 오른쪽 발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큰 충격과 함께 일어설 수가 없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고통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어야 했다. 한참 후에 고통이 가시고 귀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3월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면서 걸을 수가 없었다. 절뚝거리면서 아주 천천히 걸어야 했다. 이 모습을 보신 같이 근무하고 계시던 ‘곽○○’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절뚝거리고 걷느냐?”고 하셨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필자의 설명을 들으시고 나서 양호실로 가자고 하셨다. 양호실로 가서 그분께서 응급처치용으로 가지고 다니시는 침을 한방 맞았다. 5분 정도 지나서 침을 뽑았다. 신기했다. 침을 뽑는 순간에 그렇게 심했던 발등의 통증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걷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침의 효험을 처음으로 경험해 본 순간이었다. 그 일이 있는지 15년이 지났다. 최근 필자는 양쪽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지질 않는다. 그런데 15년 전에 침 맞았던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려보았는데 결번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때 당시에‘곽○○’선생님과 절친했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곽○○’선생님의 전화번호를 여쭈어 보니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셨다. 너무 오랜만이지만 전화를 드리며 안부를 여쭈니 어제 헤어졌던 것처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안부를 여쭙고 필자의 형편을 말씀드리면서 여름방학 하면 여행 삼아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한번 오시라고 했다. 물론 침구도 가져오시도록 했다. 그러나 여름방학 때 오시지 않았다. 바빠서 그러신 것으로 알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곽○○’선생님께서 1월16일에 전화를 주셨다.“1월19일 11시까지 살고 계신 곳으로 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이윽고 약속 날이 되어‘곽○○’께서 살고 계시는 곳으로 갔다. 정해진 시간에 만났는데‘곽○○’선생님 댁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댁으로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나서 침을 맞았다. 침을 꽂는 순간에 저리던 다리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른 쪽 장딴지 쪽도 한방 맞았다. 또한 오른 쪽 어깨도 휘돌리면 뻐근하고 불편하다고 하니 오른 쪽 팔 어깨부분에 침을 한방 맞았다.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했다. 흐리던 하늘은 티끌하나 없이 청명하게 개이고 따사로운 햇살이 대한(大寒)을 녹이고 있었다. 침 맞는 것도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해야하는데‘곽○○’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교장 발령 나실 때 선물도 못 드렸는데 제가 간단한 선물 하나 준비했습니다.”하시면서 건네주신 것은 약쑥 뜸기였다.

건강을 위해 하루에 2~3번씩 쑥뜸을 하시면 건강에 좋다고 하시면서 뜸 뜰 부위까지 가르쳐 주셨다. 지금까지 교직에 근무해 오면서 느낀 것 중에 같이 근무할 때는 친근하게 지내다가도 전출로 다른 학교로 근무처를 옮기게 되면 그때부터 그 친분이 식어가 서로 남남의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생활에 열중하다 보면 자연 그렇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그러나‘곽○○’선생님께서는 여름 방학 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연락을 주시어 침을 놓아주시고 선물까지 준비해 주시는 배려를 해 주셨다. 살면서 진한 감동을 받은 하루였다. 서양 속담에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했다.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다. 헤어진 지 1~2년도 아니고 15년이 지났건만 그 때 당시의 정의(情誼)를 간직하고 계시는‘곽○○’선생님의 신선한 배려에 매섭게 불어닥친 경제 한파로 옴츠러든 삶에 신선한 감동의 단비를 맞은 것 같아 행복했다.
이호연 기자 / hoyunlee@lycos.co.kr입력 : 2009년 0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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